파울루 벤투(53) 대표팀 감독이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한국 축구대표팀과 결별한다.
벤투 감독은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브라질과의 경기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 대표팀 감독직 재계약을 안 하기로 했다. 선수들과 대한축구협회 회장에게 말했다. 결정은 이미 지난 9월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8월 부임한 벤투 감독의 계약은 카타르 월드컵 본선까지였다. 그는 한국의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고,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는 12년 만의 16강행에 성공했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포르투갈전에서 벤투 감독은 이전 경기에서 받은 레드카드 때문에 벤치에 앉지 못했다. 극적인 역전승 후 16강행이 확정되자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감독님의 마지막 경기를 벤치에서 함께 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는데, 선수들은 벤투 감독이 대회 후 떠나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재계약 불발의 가장 큰 이유는 협상 과정에서 계약 기간에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 끝난 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벤투 감독에게 재계약을 제안했다. 이때 벤투 감독은 4년 후인 2026 월드컵(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개최)까지 임기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카타르 월드컵 본선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단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만 계약하고 성적에 따라 계약을 연장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아시안컵은 2023년 여름에 열릴 예정이지만, 개최국인 카타르로 결정되면서 2024년 1월로 연기될 게 유력하다. 벤투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마음의 정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여파와 경기침체 탓에 대한축구협회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재계약에는 통상 연봉 인상이 따르는데, 벤투 감독은 홀로 계약한 게 아니라 코칭스태프와 함께 ‘벤투 사단’으로 계약했다. 이들의 연봉 총액은 40억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까지 직원들의 순환 무급휴직을 하는 등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코칭스태프의 연봉이 부담스러운 것도 재계약이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였다.
대한축구협회의 새 감독 선임 작업은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후보는 국내 감독과 해외 감독 모두에게 열려있다.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음 대회부터 월드컵 진출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고 아시아 쿼터가 8~9장으로 늘어난다”며 종전과 비교해 본선 진출이 수월해지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2+2’ 형식의 감독 선임이 될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 “2년 정도 보고 2년 뒤 다시 계획을 잡을 수 있다. 국내 감독, 외국 감독 옵션을 다 열어놓고 비교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일단 국내 감독을 선임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국내 감독을 선임하는 경우, 김학범·황선홍 등 연령별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지도자들이 유력 후보로 꼽히는 등 전체 풀이 작아 신선한 후보가 없다는 게 단점이다.
벤투호가 지난 4년간 쌓아온 훈련 노하우와 장점을 이어가는 것도 숙제다. 정몽규 회장은 취재진과 대화 중 ‘최태욱 코치 등 벤투호의 한국인 코칭스태프를 대표팀에 계속 두는 것도 방법 아니냐’고 기자들이 묻자 “좋은 아이디어다. 협회도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차기 감독이 이전 코치진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