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5시 40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했던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 23명과 코칭 스태프가 항공기 두 편으로 나눠 귀국했다. 지난달 13일 카타르 도하로 떠난 지 25일 만이다. 독일에서 뛰는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을 비롯해 정우영(알 사드)과 김승규(알 샤밥)은 현지에서 소속팀으로 바로 복귀한다.
이전 월드컵과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앞서 2014 브라질 대회, 2018 러시아 대회 이후 귀국길은 험난했다. 브라질 대회 후 인천공항에 도착한 선수단에 일부 팬이 엿을 투척했다. 러시아 대회 이후에는 선수단이 독일을 꺾는 ‘카잔의 기적’을 연출했음에도 계란과 베개 등이 날아오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대표팀엔 엿과 계란이 아닌 박수가 쏟아졌다.
공항 출국장에는 천여 명의 축구 팬이 집결해 대표팀을 환영했다. 대전에서 왔다는 강지연(22)씨는 “대표팀의 경기를 볼 때마다 ‘심쿵(심장이 쿵하고 뛸 정도로 설렘)’했다. 기적을 만들어줘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강인(레알 마요르카)을 응원하는 플래카드를 만든 박지수(28)씨도 “대표팀 경기가 열릴 때마다 광화문 광장에서 거리응원을 했다”라며 웃었다.
2018년 8월 부임해 4년 4개월 동안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은 “선수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다. 한국은 16강 진출이 세 번째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은 어려운 조에 편성됐다. 두 팀은 우리보다 우세했다. 월드컵 내내 우리 팀이 어떤 팀이라는 걸 보여줬다. 긍정적이다. 선수들이 보여준 경기력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도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겨냈다. 준비를 잘해서 이겨낼 수 있었다. 나는 우리 팀원들이 노력하는 걸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선수들이 두려움 없이 경기를 뛰었다. 우승 후보 브라질을 16강에서 만난 건 운이 없었다. 선수들이 많이 느끼고 성장했을 것”이라고 했다.
대표팀은 결전지인 도하에서 기적을 연출했다. FIFA 랭킹 28위 한국은 포르투갈(9위) 우루과이(14위) 가나(61위)와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H조에 속했다. 포르투갈, 우루과이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이었다. 가나는 귀화 선수로 전력을 강화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조별리그를 1승 1무 1패(승점 4)로 통과, 2010 남아공 대회 이후 12년 만에 원정 월드컵 16강 기적을 완성했다.
16강전에서 브라질에 완패를 당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대표팀에 박수가 이어졌다. 선수들이 부상 투혼을 발휘해 의미가 더 값지다. 소속팀 경기 도중 안와골절 부상을 당한 손흥민은 안면 보호용 마스크를 쓰며 출전을 강행했다. 김민재(나폴리)와 황희찬(울버햄프턴)은 각각 종아리와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이 좋지 않았다. 이재성(마인츠)도 발목 부상이 있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금의환향한 대표팀은 8일 윤석열 대통령과 16강 진출을 기념하는 축하 만찬을 가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표팀의 16강 진출이 확정된 직후 축전을 보낸 데 이어 벤투 감독, 손흥민과 통화하며 격려를 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승패를 떠나 우리 국민 가슴 벅차게 한 경기였던 만큼 모두가 승자”라고 전했다.
한편,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16강 진출로 개인당 포상금 1억 6000만원씩을 확보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5월 카타르 대회 포상금 지급 기준을 확정했는데, 최종 명단에 포함된 26명에게 기본 포상금 2000만원을 약속했다. 승리할 때마다 3000만원, 무승부 1000만원의 수당을 책정했다. 16강 진출 포상금은 1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