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유천의 영화로 유명세를 탄 ‘악에 바쳐’는 극장 개봉을 추진하다 무산됐다. 다행히 IPTV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된 이 영화에서 눈에 띈 인물은 박유천과 호흡을 맞춘 이진리였다. 영화는 박유천이 맡은 태홍과 새터민 출신의 홍단(이진리 분)은 서로를 위로하고 구원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진정으로 마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진리는 말 많고 탈 많았던 박유천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연기력을 발산하며 캐릭터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다.
-영화를 대중에 공개한 소감은. “지난해 개봉을 하려다 무산이 됐는데, 이전에 코로나 팬데믹 시기여서 촬영이 딜레이도 됐고 로케이션 장소도 구하기 어려웠다. 촬영 일정이 워낙 타이트해 개봉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극장 개봉은 못 했지만 IPTV를 통해 오픈하게 됐다. 그것도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역 박유천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외적인 부담은 없었다. 여자 주인공이 먼저 캐스팅된 상태였다. 촬영을 준비하는 동안 상대가 누가 됐든 홍단 역할을 잘 해내 작품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제일 컸다. 박유천 선배의 각오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부담이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준비를 열심히 해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오히려 연기가 잘 안 나온다 느껴져 아쉬웠다. 3~6개월가량 준비를 했는데 촬영 시간이 많지 않아 내 노력을 작품에 녹이기까지 어려웠다.” -박유천에 대해 느낀 점은 무엇인가. “배우로서 존경하게 됐다. 신인 배우와 함께 작업하는 게 껄끄러울 수 있는데 나를 존중해주는 게 느껴졌다.”
-새터민에 아이가 있는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했나. “나와 비슷한 부분이 아예 없었다. 새터민인데 어릴 때 낳은 아이가 불치병이라 한국에서 병원비를 보태려 사채를 이용했다 사기를 당해 돈을 강탈당한 상황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 업소에서 일하는데 일하는 곳도 서울이 아닌 차이나타운이라는 설정. 그야말로 생계와 딸을 위해 사는 사람이었다.”
-캐릭터에 공감이 간 지점은. “홍단이를 오래 준비하다 보니 애착이 많다.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 감독님의 홍단이로 보이고 싶었는데 준비를 하면서 내가 홍단이 아닐까 하는 느낌도 받았다. 홍단이가 극 중 송금 브로커에게 돈을 뺏기고 주저앉아 우는 장면을 찍었을 때 감독님이 컷을 한 뒤 꼭 안아줬다. 드디어 홍단이가 됐구나 하는 마음에 뿌듯했다.”
-새터민 연기는 어떻게 소화했나. “탈북 상황을 생생하게 담은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다. 정말 울기도 많이 울었다. 또 예능 ‘지금 만나러 갑니다’도 많이 봤다. 아름답고 예쁜 분들의 탈북 이야기를 들으며 연기에 도움을 받았다. 새터민 유튜버와 연락이 닿아 전화 통화를 하면서 도움을 구했다.” -서울말, 북한말, 중국어까지 극 중 다양한 말씨를 구사했는데. “촬영을 준비하는 3개월 동안 언어도 배웠다. 사실 제일 연기하며 가장 아쉬웠던 것이 언어적인 부분이었다. 짧은 대사이긴 해도 아쉬웠다. 제작진 중에 중국인 스태프가 있어 틈틈이 지도를 받았다. 그럼에도 한계는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강남역 한복판서 촬영한 점이 눈에 띄었는데. “다행히 코로나 시국이라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에서 촬영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알아보는 분들이 적어 길거리를 활보했다.”
-이진리라는 이름이 인상적인데. “예명이다. 진리라는 이름은 어느 날 반신욕을 하며 책을 읽는데 진리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예명으로 하면 어떨까 가족들과 상의해 결정한 이름이다. 영화 활동을 하면서 진리로 부르고 있는데 아직도 어색하다. 할아버지가 지어준 본명은 선주인데 개명을 준비 중이다.” -예능 ‘연애의 참견’ 재연배우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연참’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 임팩트 있는 캐릭터 덕분에 많이 알아봐 준다. 공연 쪽으로 오래 일했는데 ‘연참’으로 알아보는 일이 많았다. ‘이런 게 인지도구나’하고 TV의 힘을 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배우 이진리로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
-인지도 경험은 있었나. “식당에 갔는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면서 사인을 요청하더라. 사인이 없을 때라 이름 석 자를 적었다. 사인을 만들어 나중에 바꿔드리겠다고 했다.”
-원로배우 이순재가 스승인데. “가천대학교 연기예술학과 1기다. 석좌교수님과 학생으로 직접 연기를 배우고 공연도 함께 만들었다. 1기에 대해 애착이 있어 많이 예뻐한다. 나에게 은사님이자 정신적 지주다.”
-올해 결산을 하자면. “작품 복이 있기보다 인복을 받았다. 주변에서 도와주려는 분들이 많았다. 회사도 들어갔다. 이제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 더 분방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