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36·KT 위즈)가 개인 통산 6번째 골든글러브 수상을 눈앞에 뒀다. 적수가 없다.
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선정하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9일 열린다. 박병호는 채은성(한화 이글스·전 LG 트윈스) 황대인(KIA 타이거즈) 오재일(삼성 라이온즈)과 함께 1루수 부문 수상 후보에 올랐다.
타격 성적은 단연 으뜸이다. 그는 정규시즌 홈런 35개를 기록하며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랐다. 홈런왕은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노릴 수 있는 경쟁력이다. 타점(98점)과 득점(72점)도 1루수 후보 중 가장 많았다. 장타율도 유일하게 5할(0.559)대를 기록했다. 수비도 가장 뛰어난 1루수였다. 박병호는 정규시즌 막판, 발목 부상으로 한 달 넘게 결장하고도, 리그에서 4번째로 많은 873이닝을 소화했다. 수비율은 0.993, 실책은 7개였다.
데이터만으로 박병호의 높은 수비 기여도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그가 안정감 있는 포구 능력을 갖춘 덕분에 KT 투수들은 낮고 빠른 견제구 구사를 주저하지 않았다. 올 시즌 KT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견제사(13개)를 잡아냈는데, 이중 박병호가 태그해 얻은 아웃카운트가 10개였다. 포구 뒤 주자를 태그하는 자세와 집중력이 뛰어났다.
내야수들도 도움을 받았다. 종종 정확하지 않은 송구를 뿌려도, 박병호가 척척 잡아냈다. 유격수 심우준, 3루수 황재균은 박병호가 1루를 지킬 때 원 바운드 송구를 마음껏 했다. 이강철 KT 감독도 "고영표·소형준 등 '땅볼 유도형' 투수들이 등판한 경기에서 박병호의 수비력이 큰 도움이 된다. 야수들도 편하게 송구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병호는 좌·우로 빠지는 공을 몸을 날려 잡아낸 장면도 자주 보여줬다. 우리 나이로 서른일곱 살이지만 순발력은 전성기보다 떨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상황 판단 능력이 뛰어나다. 우측 타구를 처리할 때 2루수와 동선이 겹치는 장면이 거의 없었다. 1루 커버에 나선 투수에게도 알맞은 타이밍과 높이로 토스를 보냈다.
박병호는 지난 1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주최한 '리얼 글러브' 시상식에서 1루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시상식은 수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정한 점수 50%, 선수협 소속 인원 투표 결과 50%를 반영해 수상자를 가린다. 이미 올해 가장 수비력이 좋았던 1루수로 인정받았다.
메이저리그(MLB)는 포지션별 가장 빼어난 수비력을 갖춘 선수에게 수여하는 골드글러브를 준다. KBO리그 골든글러브에서 수비력은 각 후보의 타격 성적으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때나 반영됐다. 수비력이 떨어지는 수상자도 나왔다.
올해 1루수 부문 수상자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홈런왕이 수비까지 잘했다. 박병호는 포수 부문 양의지(두산 베어스·전 NC 다이노스) 3루수 부문 최정(SSG 랜더스)과 함께 최다 득표율을 두고 경쟁할 전망이다.
박병호는 지난해까지 통산 5차례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올해도 수상하면 해태 타이거즈(현 KIA) 왕조를 이끌었던 레전드 김성한(은퇴)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역대 1루수 부문 최다 골든글러브 수상자는 7차례(1997~2003년)를 받은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이다. 올해 이승엽을 제치고 KBO리그 최다 홈런왕(6회)에 오른 박병호가 골든글러브 최다 수상 부문에서도 추격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