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1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KBO 사무국 산하 심판위원회에 속한 1·2군 심판들이 올해부터 바뀐 스트라이크 존(S존) 적응을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판은 욕을 먹는 힘든 직업이다. 아무리 잘해도 작은 실수 하나로 비난을 받는다.
그렇더라도 KBO리그 심판은 아주 뛰어나다. 예전에도 이 칼럼을 통해 우리 심판이 미국 메이저리그(MLB) 심판 다음으로 '판정이 정확한 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필자는 많은 국제대회에서 지휘봉을 잡은 경험이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MLB 심판, 프리미어12는 마이너리그 심판이 맡는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는 각국 아마추어 심판이 참여한다. 여러 국제대회와 각국 프로리그를 보면 MLB 심판진 다음으로 우리 심판진이 정확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한국 야구가 발전하는데 심판진의 공로도 한몫했다. 타 종목에 비해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일한 덕분이다. 그래서 큰 잡음 없이 KBO리그가 운영됐다.
그런데 올 시즌을 지켜본 느낌은 다르다. 많은 선수가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물론 MLB 역시 공 판정을 놓고 타자가 심판과 언쟁을 높이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고, 투수들은 표정을 찡그리며 안타까워한다. KBO리그에도 이런 장면이 늘었다.
올 시즌 MLB를 시청하면서 '저건 스트라이크인데 왜 볼이지' 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KBO리그를 보면서는 '왜 볼인데 스트라이크로 선언하지'라고 느낀 장면이 제법 있었다. 공 판정에 대한 의아함이 20~30%는 증가했다. 정작 스트라이크 판정이 필요한 경우에 볼로 선언되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5년 사이 공 판정과 관련한 퇴장은 올해가 가장 많았다. 2018~2021년 총 11차례였는데 올해 전반기에만 7차례 발생했다. 이용규(키움 히어로즈)와 김현수(LG 트윈스)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 등 리그 최정상급 타자뿐만 아니라 사령탑(김원형 SSG 랜더스) 퇴장도 있었다. 여태껏 심판진이 공 판정을 잘했는데, 올해는 실망스러운 모습이 늘어났다.
스트라이크존이 바뀐 탓이 크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올해부터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했다. 심판진은 이를 'S존 정상화'라고 표현했다. 이를 통해 타고투저(打高投低) 현상을 완화하고, 스피드업(경기 시간 단축)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스트라이크존 상·하 폭이 확대되고, 홈플레이트 좌·우 경계선에 살짝 걸친 공도 스트라이크로 판정됐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새 S존을 접한 투수들은 반색했다. 그러나 타자들은 볼멘소리를 냈다. 경기당 볼넷은 2021년 8.18개(총 5892개)에서 올해 6.85개(총 4930개)로 감소했다. 경기당 삼진은 14.16개(총 1만196개)에서 14.54개(1만469개)로 소폭 상승했다.
아무래도 올해 투수들이 많은 이득을 봤다. 그런데 투수가 발전하고 성장하려면 제대로 된 환경에서 이뤄져야 한다. 스트라이크존 설정 및 판정은 2022년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사소한 판정 하나로 경기 흐름이 크게 바뀌는 만큼 더 신중하고 정확해야 한다.
내년 3월에는 WBC 대회가 열린다. MLB는 좌투수가 우타자 몸쪽으로 파고드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하지 않는 편이다. MLB 스트라이크존을 꼭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우리와는 다소 다르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시행 1년차가 된 KBO리그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공 판정에 대한 불만 줄이고, 객관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스트라이크존을 복구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