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울버햄프턴 공격수 황희찬(26)이 1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소속팀의 캠프가 차려진 스페인을 향해 떠났다. 직행 항공편이 없어 튀르키예 이스탄불을 경유한 후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했다. 울버햄프턴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막바지에 이르던 지난 5일 스페인 남부 마르베야에 미니 캠프를 차렸다. 15일까지 훈련을 진행한다.
황희찬은 지난 7일 월드컵을 치르고 카타르에서 귀국한 뒤 4일 만에 출국했다. 국내에서 화보 촬영, 언론사 인터뷰 등을 소화한 후 곧바로 출국길에 올랐다. 훌렌 로페테기 울버햄프턴 신임 감독이 황희찬에게 빨리 팀에 합류하기를 요청했다. 황희찬의 아버지 황원경씨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족들과 하루만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황희찬은 카타르 대회에서 ‘월드컵 스타’로 떠올랐다.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H조 최종전에서 손흥민(토트넘)의 패스를 받아 결승 골을 기록했다.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으로 조별리그 1~2차전에 나서지 못했던 그가 3차전에 출전을 강행해 대표팀을 16강으로 이끈 이야기는 많은 팬의 심금을 울렸다. 이날도 황희찬의 출국을 보기 위해 100여 명의 팬이 모였다.
황희찬은 취재진과 만나 “월드컵을 잘 마무리했다. 공항까지 많은 분이 응원하러, 축하하러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선수라는 자부심을 갖고 국민을 자랑스럽게 해드리도록 노력하겠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라며 “휴식이 짧았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EPL은) 시즌 중이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팬분들에게 보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 동료 김민재(26·나폴리)와 백승호(25·전북 현대)가 공항을 찾아 친구를 배웅했다. 셋은 시간이 맞을 때마다 한국에서 여가 생활을 즐기는 절친한 친구이다. 출국장으로 향하던 황희찬은 이들을 보자 환한 미소를 보이며 포옹했다. 김민재와 백승호는 “잘하고 와”라며 응원을 보냈다.
황희찬은 월드컵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전과 다르게 출국길에 수많은 팬이 찾아오는 등 위상도 달라졌다. ‘잘 나가는 친구들’도 찾아와 응원까지 해줬다. 황희찬은 “너무 많은 응원을 받았다.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소속팀에 가서도 자신감을 갖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재밌는 축구를 보여드리면서 보답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햄스트링 등 부상 회복이 먼저다. 경미한 부상이지만, 엄지발가락 부위에 붕대를 감았다고 황희찬 측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완벽하게 몸 상태를 회복한 건 아니다. 소속팀에 가서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준비를 잘해야 한다. 일단 지금 운동은 할 수 있는 상태다. 다시 소속팀에서 검사를 받고 다른 부분을 확인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머리카락을 청록색으로 염색한 황희찬은 “새로운 각오로 잘하고 싶은 마음에 염색했다”라며 “로페테기 신임 감독님에게 특별히 어떤 부분을 보여드리는 것보다 팀 전술에 빠르게 적응하고 내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많이 보여드리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