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축구대표팀 오른쪽 측면 수비수 아치라프 하키미(24·파리 생제르맹)는 부모의 자랑스러운 아들이다. 그는 부모의 나라인 모로코 축구대표팀의 핵심 역할을 맡아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4강 기적을 써냈다. 아프리카축구연맹(CAF) 국가가 월드컵 4강에 진출한 건 모로코가 처음이다.
모로코는 카타르 대회 4강에 진출한 팀 중에서 가장 견고한 수비를 자랑한다. 조별리그 3경기와 토너먼트 2경기에서 단 1점만을 허용했다. 캐나다와 조별리그 최종전(2-1 승)에서 내준 한 골은 나이프 아게르드(웨스트햄)의 자책골이었다. 대회 5경기를 치르면서 상대 선수에게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은 것이다. 스페인, 포르투갈도 모로코 골망을 끝내 흔들지 못했다.
하키미가 모로코 수비 중심에 있다. 하키미는 월드컵 5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오른쪽 측면 수비를 맡아 이반 페리시치(크로아티아) 에당 아자르, 케빈 더 브라위너(이상 벨기에) 페드리(스페인) 주앙 펠릭스(포르투갈) 등을 막아냈다. 대회 5경기에서 경합 성공률 56.5%(35회 성공/62회 시도)를 기록했다. 태클 성공률은 68.4%(13회 성공/19회 시도)를 올렸다.
하키미는 세계적인 기량을 가진 윙백 플레이어다. 빠른 스피드와 적극적인 오버래핑이 강점이다. 이번 대회에선 오른쪽으로 나오지만, 왼쪽 측면에서도 뛸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유스팀에서 축구를 배운 하키미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프로에 데뷔한 후 도르트문트(독일) 인터밀란(이탈리아) 등을 거쳐 지난해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의 측면 수비를 담당하고 있다.
하키미는 스페인 출신이다. 부모가 20세 때 모로코에서 이민을 왔다. 하키미는 스페인 국가대표로도 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모로코 대표팀을 줄곧 선택했다. 스페인은 FIFA 랭킹 7위, 모로코는 22위다. 월드컵 우승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스페인을 택할 법도 하다. 하키미는 반대였다. 스페인 대표팀 내에서 문화 차이를 느꼈다. 부모의 나라를 위해 뛰는 걸 원했다.
하키미의 어머니는 스페인에서 청소부로 일했다. 아버지는 노점상에서 과일을 판매했다. 하키미는 “나는 생계를 꾸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저소득 가정에서 태어났다. 나는 매일 부모님을 위해 (경기장에서) 싸운다. 그들은 나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키미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스페인을 상대로 16강전 승부차기에서 ‘파넨카킥’을 성공해 화제가 됐다.
하키미는 카타르 대회에서 상위 토너먼트로 향할 때마다 관중석에 있는 어머니를 향해 달려간다. 어머니와 포옹하고 볼에 입맞춤한다. 16강 진출을 사실상 확정하자 SNS(소셜미디어)에 어머니와 기쁨을 나누는 사진과 “엄마, 사랑해요”라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왈리드 레그라귀 모로코 감독과 모로코왕립축구연맹(FRMF)의 지원으로 선수단 가족은 카타르에서 체류할 수 있다.
인도 매체 와이온(WION)은 “선수들, 특히 어린 선수들이 카타르에서 열리는 이번 월드컵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은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전했다. 카타르 매체 알자지라는 “모로코의 월드컵 마법 성공 비결은 아마도 그들과 카타르에 함께 합류한 선수들의 부모들에게서 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