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국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올해보다 5.95% 내린다. 표준지 공시가는 5.92% 하락한다. 표준 단독주택 및 토지의 공시가 하락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정부가 보유세 부담 완화 차원에서 공시가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린 결과다. 공시가는 재산세·종합부동산세와 건강보험료·기초연금 등 67개 행정제도 기준으로 사용된다. 공시가 하락으로 보유세 부담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1월 1일 기준 표준지와 표준주택의 공시가격을 공개하고 소유자 의견을 받는다고 14일 밝혔다. 표준지는 전국 3천502만필지 중 56만필지, 표준주택은 전국 단독주택 411만호 중 25만호가 대상이다. 정부가 대표성이 있다고 판단해 공시가 산정의 기준으로 삼은 '샘플'이다. 이 가격이 확정되면, 지자체에서 개별 단독주택과 토지 공시가격을 정한다.
서울(-8.55%) 공시가격이 가장 크게 떨어졌고 경기(-5.41%), 제주(-5.13%), 울산(-4.98%)에서도 하락 폭이 컸다. 전국 평균보다 공시가격 하락률이 작은 지역은 전남(-2.98%), 강원(-3.10%), 부산(-3.43%) 등이다.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 현실화율은 53.5%로, 올해(57.9%)보다 4.4%포인트(p) 낮아졌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질 경우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빈번해질 수 있다고 보고, 정부가 내년 공시가 현실화율을 문재인 정부가 현실화 로드맵을 수립하기 전인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린 데 따른 것이다. 2020년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 현실화율은 올해보다 0.01%p 높은 53.6%였다. 서울 내에서도 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구(-10.68%), 서초구(-10.58%), 송파구(-9.89%)와 용산구(-9.84%), 마포구(-9.64%) 공시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내년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 평균으로 5.92% 내렸다. 역시 2009년(-1.42%) 이후 14년 만의 하락이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2021년엔 10.35%, 올해는 10.17% 오르며 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었다. 시도별로는 경남(-7.12%), 제주(-7.09%), 경북(-6.85%), 충남(-6.73%)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 용도별로는 임야(-6.61%), 농경지(-6.13%), 주거(-5.90%), 공업(-5.89%) 순으로 하락률이 크게 나타났다.
내년 표준지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65.4%로 올해(71.4%)보다 6%p 낮아졌다. 공시가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린 것은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7.5%, 표준지는 8.4% 떨어뜨리는 효과를 불러왔다. 그러나 시세가 소폭 상승한 것으로 판정되면서 실제 공시가 하락률은 이보다 낮은 5%대로 축소됐다. 현실화율을 낮추지 않았다면 부동산시장 침체 상황에서도 토지·단독주택 공시가가 오를 수 있었다는 얘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집값 하락 폭이 가파른 것은 공동주택"이라며 "단독주택과 토지는 연간으로 마이너스 시세가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택 동향을 보면, 서울 단독주택의 올해 1∼10월 누계 상승률은 2.51%다. 10월 들어 0.07% 떨어지며 하락 전환했다. 전국 단독주택 평균 가격은 1∼10월 1.86% 올랐다. 토지 역시 전국과 서울에서 1∼10월 누계로 각각 2.5%, 2.7% 오르고 10월 들어 하락 전환한 것으로 집계됐다.
표준지·표준주택 공시가의 열람 및 의견 청취 기간은 내년 1월 2일까지다. 이후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 1월 25일 공시된다. 아파트·연립·빌라 등 표준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내년 3월에 공개된다. 최근 집값 급락을 고려하면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는 표준지, 표준 단독주택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