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1부) 수원 삼성 최전방 공격수 오현규(21)가 4년 뒤 캐나다·멕시코·미국이 공동 개최하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각오를 다졌다.
오현규는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카타르 월드컵에 대표팀과 함께한 경험은 나한테 또 다른 꿈을 갖도록 해줬다. 파울루 벤투 감독님께도 정말 감사드린다. 경험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4년 뒤 월드컵에선 당당히 최종 엔트리 명단에 합류해서 등 번호를 받고 경기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고 했다.
오현규는 카타르 대회에 ‘27번째 태극전사’로 참여했다. 벤투 감독은 안와골절 부상을 당한 손흥민(토트넘)이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오현규를 ‘예비선수’로 데려갔다. ‘손흥민 대체 1순위 선수’ 특명을 받을 만큼 올 시즌 활약이 뛰어났다. 1부리그에서 13골을 기록했다.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는 수원을 강등 위기에서 구해내는 원더골을 터뜨렸다.
월드컵은 축구 선수라면 모두가 꿈꾸는 무대다. 하지만 오현규는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안면 보호 마스크를 착용한 손흥민이 월드컵에서 한국이 치른 4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하면서 오현규에게 기회가 오지 않았다. 오현규는 등번호도 받지 못했다. 대표팀 등번호는 26인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만 받을 수 있다. 또한 그는 벤치 밖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오현규는 월드컵 출전을 하지 못한 걸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는 “올 시즌 국내리그에서는 벤치 밖에서 경기를 지켜본 적이 없었다”면서도 “그라운드 안이 아니라 밖에서 바라보니 더 많은 것들이 보이더라. 형들이 어떻게 준비하는지 잘 살펴봤다. 나한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세계에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보고 왔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오현규는 “내가 경기에 나가려면 누군가는 다쳐야 하지 않는가. 그럼 내 마음이 더 아팠을 것 같다. ‘형들이 다치지 않고 월드컵을 마무리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아쉬움은 없었다. 나한테는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라며 “손흥민, 황의조, 조규성 등 좋은 능력을 가진 선배들의 장점을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경기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오현규는 대표팀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볼보이 등 지원 스태프가 하는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손흥민도 귀국 기자회견에서 오현규를 콕 집어 “너무나도 고마운 선수”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표팀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대해 축하 만찬을 했을 때 오현규 등 백업 선수들을 같은 테이블에 앉혔다.
오현규는 “나는 한 게 많이 없다. 형들을 지원해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한 것뿐이다. 나를 치켜세워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사실 카타르에 처음 갔을 때는 외로움도 많이 느꼈다. 하지만 선배들이 잘 챙겨줘 나중에는 월드컵이 끝나는 게 아쉬웠다. 행복했고, 꿈 같았다”라며 “대통령님과 마주 앉아 식사할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 (긴장을 많이 해서) 체했다”며 웃었다.
오현규는 일찍 입대를 결심, 김천 상무에서 복무했다. A대표팀뿐만 아니라 올림픽 대표팀에도 차출이 가능하다. 그는 “어느 대표팀이든지 불러만 주신다면 내가 가진 100%를 쏟을 것”이라며 “리그 득점왕에 도전해보고 싶다. 독하게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원은 내년 1월 3일 거제와 제주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