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DB의 ‘기둥’ 김종규(31·2m7㎝)가 부활 조짐을 보였다. 이상범 DB 감독은 3연패를 끊어낸 후 “김종규를 칭찬해주고 싶다”며 모처럼 웃었다.
김종규는 지난 13일 열린 2022~23 프로농구 고양 캐롯과의 홈 경기에서 28분간 뛰며 16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가 올 시즌 19번의 경기에서 네 번째로 기록한 두 자릿수 득점이자 시즌 한 경기 최다득점 타이기록이었다.
DB는 시즌 전만 해도 ‘우승을 노릴 만한 다크호스’로 주목 받았다. 필리핀 선수 이선 알바노가 빠르고 득점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가대표 가드 강상재와 두경민 등 앞선이 탄탄한 데다 김종규의 높이를 갖춰 전력의 밸런스도 좋았다.
하지만 13일 기준으로 DB는 8승 12패로 공동 7위에 머물고 있다. 원인은 주전들의 줄부상이다. 외국인 선수 드완 에르난데스(발바닥)와 박찬희(허리), 강상재(대퇴부)가 부상으로 빠졌다. 두경민은 복귀했지만, 여전히 종아리 부상 여파로 플레이에 기복이 있다. 설상가상으로 김종규까지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김종규는 올 시즌 19경기에서 평균 6.3득점에 그치고 있다. 평균 리바운드 4.1개, 블록은 0.4개에 불과하다. 야투성공률 54.6%다.
김종규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기대 이하의 성적이다. 그는 경희대 시절 일찌감치 국가대표에 선발됐고,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창원 LG에 뽑히는 등 대형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2019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자 치열한 경쟁 끝에 DB가 김종규를 낚아채며 우승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DB는 김종규 영입 후 2019~20시즌 정규리그 공동 1위를 기록하며 '김종규 효과'를 보는 듯했지만, 이후에는 한 차례도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다.
올 시즌 초반에는 김종규의 극심한 부진이 이어졌다. 이상범 감독은 김종규가 수비에서 큰 몫을 해주기 바라는데, 수비에서도 압도적인 모습이 아닌데다 에르난데스의 공백이 있어 골 밑을 지키기 힘겹다.
김종규의 공격은 더 큰 문제였다. 13일 캐롯전이 열리기 전까지 18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건 세 차례에 불과했다. 슛이 빗나가고 난사하는 듯 보여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22일 창원 LG전에서는 무득점을 기록했다. 김종규 커리어에서 2015년 1월 18일 KT전 이후 7년 만에 나온 ‘0점’ 경기였다. 이 경기 직후 김종규는 “집에서 생각 좀 더 해보라”는 이상범 감독의 질책을 듣고 이후 2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처럼 개인과 팀 기록 모두 난조를 겪었던 김종규는 캐롯전에서 모처럼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반등에 성공했다. 그는 적극적인 포스트업으로 공격에서 자신있는 플레이를 했다. 에르난데스가 부상으로 빠진 자리에 일시대체 선수 드미트리우스 트레드웰이 가세한 것도 분위기를 바꿨다.
이상범 감독은 김종규에 대해 “사실 공격이란 건 될 때가 있고, 안될 때도 있다. 그런데 종규가 수비 등에서 외국인 선수 자리를 메우면서 100% 이상 해줬다.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