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라이징 스타는 아닌 것 같아요. 너무 영향력 있는 사람이 돼버리는 것 같아 무겁기도 하고, 그러기에 아직 너무 부족하고 미성숙하달까요. 저는 더 올라갔을 때 인정받겠습니다.”
‘치얼업’으로 만난 데뷔 3년 차 배우 배인혁은 아직 목말라 보였다. 지난 13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치얼업’은 찬란한 역사를 뒤로하고 망해가는 대학 응원단에 모인 청춘들의 뜨겁고 서늘한 캠퍼스 미스터리 로코물.
극 중 배인혁은 연희대 응원단 단장 박정우 역을 맡아 단단하면서도 아픔이 있는 청춘의 면면을 끄집어내 시청자를 웃고 울렸다. 수많은 관중 앞에서 응원단을 이끄는 당찬 리더 정우로 분한 그는 한여름 두꺼운 단복을 입고 춤을 추는가 하면 촬영이 끝난 이후에도 연습을 이어갔다. 촬영 후 10kg이 저절로 빠질 만큼 작품에 온 힘을 쏟아내기도. 도해이(한지현 분)와 그린 풋풋한 청춘 케미스트리도 안방극장에 설렘을 안기며 작품의 빛을 더 발하게 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욕심이 많아지는 편이라며 “몸과 마음이 편하면 그건 취미인 것 같다. 뭐라고 하고 싶어 계속 달렸다”고 담담히 말하는 그의 눈빛을 보며 앞으로 그가 달려갈 길에 ‘치얼업’을 부르고 싶어졌다.
〈일문일답②로 이어집니다〉 -촬영은 언제 종료됐나. “3주 정도 됐다. ‘치얼업’ 뿐만 아니라 영화 무대 인사도 있어서 쉴 수 있게 된 시점은 2주 전이다. 조금씩 쉬는 게 실감 난다. 얼마 전엔 본집에도 다녀왔다.”
-촬영 기간은 어느 정도였나. “전체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춤을 배웠다. 지난해 12월 정도부터 연습했다. 맡은 역할이 단장이다 보니 기본적인 춤은 알아야 할 것 같아 일대일 레슨도 받았다. 지난 2월부터 멤버들과 함께 응원단 춤을 배웠다. 야외무대에서 찍는 신이 많아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비, 태풍 등으로 촬영 기간이 조금 딜레이됐다.”
-작품을 마무리한 소감은. “‘치얼업’은 다른 작품과 느낌이 달랐다. 체력적,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정우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며 느꼈던 무게감이 다른 작품에 비해 컸다. 느껴보지 못했던 부담감이었다. 촬영이 끝나서 이제 떨쳐 낸 기분이다. ‘결국 잘 마무리했구나’ 하는 시원함도 있다. ”
-어떤 부분이 심적으로 가장 힘들었나. “전작들에서는 선배들이 이끌어 주는 게 커 잘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치얼업’은 내가 이끌어야 했던 게 많았다. 정우의 성숙함을 이해하는 것도 어려웠다. 내 나이 또래와 다른 성숙함을 가진 이 친구가 되어 감정을 컨트롤하고 참는 것이 힘들었다.” -배인혁과 정우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 되나. “48%라고 말하고 싶다. 표면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는 게 비슷하다. 50%에서 2%를 뺀 이유는 정우가 가진 성숙미가 나보다 한층 더 위에 있는 캐릭터라 그렇다. 나는 아직 이 부분에서 미성숙하다.”
-실제 연애도 정우처럼 느리게 시작하는 편인가. “상대방의 마음을 기다리느라 정우는 쉽게 표현하지 않는 것이다. 보는 사람 입장에선 답답할 수 있다. 나도 상대가 준비가 안 됐다면 기다려 주고 싶을 때가 있다. 성숙함이 묻어나는 연애 방식이지 않나. 해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작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드라마를 선택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이었나. “먼저 응원단 소재를 다루는 게 신선했다. 제일 끌렸던 건 또래끼리 뭉치는 것이었다. 촬영장에서만 호흡하는 게 아니라 연습실에서 함께 땀 흘렸다. 힘들 걸 알고 시작했기에 다 같이 으쌰으쌰 했던 팀워크가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 연극을 준비하며 느꼈던 감정과 비슷했다.”
-연습 과정은 어땠나. “춤을 췄던 규리 누나도 있었지만 다들 해보지 않았던 춤이었다. 근육도 다르게 쓰고 관객에게 주는 에너지도 있어야 했다. 생각보다 힘들었다. 단순하고 반복되는 연습이 필요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지칠 때도 있었다. 서로 많이 예민해지기도 했다. 촬영 끝나고도 밤에도 연습을 받았다. 이런 우리가 가끔 짠하면서도 멋있었다. 춤추다 다친 친구들도 많았다.” -촬영 현장 분위기도 좋았던 것 같은데. “친해지기 싫어도 친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시장바닥에 가까울 정도였다. 서로 너무 친해 분위기가 좋았다. 우려스러웠던 부분이기도 했다. 연기할 땐 집중하고 놀 땐 제대로 놀고자 했다.”
-실제 연세대 응원단에서 모티브를 따온 부분이 있나. “연대 응원단이 하는 노래와 안무를 다 했다. 실제 응원단의 무대를 보기 위해 송도까지 갔다. 촬영할 때도 단원들이 와서 겪은 팁들을 가르쳐줬다. 배웠던 것들이 많았다. 단장, 단원들이 원포인트 레슨처럼 포인트를 짚어줬다.”
-단장 역할을 맡아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앞에 춤을 보고 따라 할 사람이 없었다. 내가 틀리면 모두가 틀린다는 게 걱정됐다. 돌출형 무대 앞에서 관객의 호응, 리액션이 다 들리다 보니 촬영 때 엄청 긴장했다. 많은 사람 앞에서 에너지를 전달해 본 적이 없어서 더 그랬다. 하다 보니 적응됐고 그 순간을 즐기게 되더라. 8천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4백명 정도 관객석을 채웠다. 전율이 있었다.” -단복이 비싸서 엄청 조심스레 다뤘다고 하던데. “가격을 듣고 놀랐다. 6백 정도 한다더라. 아무래도 비싼 옷이고 망가지면 촬영 중간에 문제가 생기니까 날이 서 있었다. 3겹 정도 입었는데 한여름에 찍다 보니 통풍도 안 되고 촬영을 마치면 속옷까지 다 젖었다.”
-전작에서 8kg 증량했던 건 다 빠졌을 것 같다. “일부로 8kg을 증량했는데 이번 작품을 찍으며 다시 살이 10kg이 빠졌다. 초반 모니터링할 때 얼굴에 살이 있었는데 점점 얼굴 살이 깎이는 게 눈에 보였다. 감독, 배우들 모두 처음 합을 맞추는 단계였다. 더운 날씨에 야외에서 일주일씩 한 무대당 찍고, 연습하다 보니 살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더위 먹은 친구들도 많았다. 운찬(이정준 분)이도 초반에는 뽀얬는데 나중에는 해병대 다녀온 수준으로 까매졌다. 조명 감독이 애를 먹었을 것이다.”
-한지현 배우와 가장 많은 호흡을 맞췄는데 어떤 에너지를 느꼈나. “내가 담기에는 너무나 큰 에너지다. 유일하게 온과 오프가 없는 사람이 한지현이다. 촬영 대기 시간이나 컷이 나도 그 텐션감이 없어지지 않았다. 잠을 못 자고 오는 경우에는 해이의 시체 같은 모습이 나온다. 천진난만함이 좋아 보였다. 고민이 있어도 깊게 빠지지 않고 깊게 생각함에도 항상 긍정적인 쪽으로 가는 게 부러웠다. 닮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