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억원의 사나이'가 된 양의지(35·두산 베어스)가 선배들이 해내지 못한 '포수 롱런'을 해낼 수 있을까.
양의지는 지난 11월 22일 KBO리그 선수 계약 사상 역대 최고인 총액 152억원을 받고 친정팀 두산에 복귀했다. 계약 기간은 4+2년 형태로 마지막 2년은 한국 나이 41세, 42세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옵션 조건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기 수·타석·수비 이닝 등 출전에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 계약 후 양의지에게 옵션에 관해 묻자 그는 “크게 다치지만 않으면 된다. 매년 (144경기 중) 평균 130경기 이상 출전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운동선수라면 건강은 기본이다. 고액으로 장기 계약한 고령의 선수라면 더 그렇다. 이번 스토브리그부터 샐러리캡도 시행됐다. 팀 연봉이 제한된 상황에서 대형 계약을 실패하면 팀 운영이 매우 어려워진다.
포수 포지션도 변수다. KBO리그에서는 대부분 포수의 롱런을 기대한다. 실제로 박경완 LG 트윈스 배터리 코치, 조인성 LG 퓨처스 배터리 코치 등 당대 최고의 포수들은 모두 불혹의 나이에도 마스크를 썼다. 양의지와 함께 현재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역시 37세인 올 시즌에도 주전으로 시즌을 소화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무려 934이닝을 소화하며 포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KBO리그와 달리 MLB는 '포수 롱런'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다.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12년 4억 3000만 달러) 카를로스 코레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13년 3억 5000만 달러) 등 MLB를 대표하는 야수들은 대부분 10년 이상·3억 달러 이상 계약을 성사시켰다. 반면 포수는 J.T. 리얼무토(필라델피아 필리스)가 기록한 5년 1억 1550만 달러가 FA(자유계약선수) 중 최고 기록이다. 공·수·주 모두 정상급이라고 평가받는 리얼무토지만, 무릎 등 부상 우려로 롱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 마우어(전 미네소타 트윈스), 버스터 포지(전 샌프란시스코) 등 과거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했던 포수들이 연장 계약을 맺은 후 1루수를 병행한 것도 부상을 피하기 위해서다.
KBO리그에서 롱런한 포수들도 커리어 막판에는 타격 부진이 심각했다. 36세 이후 시즌에서 OPS(출루율+장타율) 0.8을 기록해본 건 강민호(2021년)과 박경완(2010년) 둘뿐이다. 규정 타석을 소화한 39세 이상 포수는 리그 역사상 아무도 없었다. 포수 수비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큰 탓이다.
OPS 0.8과 규정 타석은 양의지에게 기대하는 '최소치'에 가깝다. 양의지는 이미 지난 2021시즌 팔꿈치 부상, 2022시즌 코로나19로 고전한 바 있다. 전례를 고려하면 양의지의 롱런은 쉽지 않은 과제다.
결국 백업 포수들이 살아나야 한다. 취임식부터 포수 영입을 천명해왔던 이승엽 두산 감독도 장승현과 안승한 등 백업 포수들에 대한 격려를 잊지 않았다. 두산의 올 시즌 포수 OPS는 0.620(7위)에 불과했다. 주전 박세혁(현 NC)이 부진했는데도 공·수에서 그를 제칠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백업 선수가 살아나야 두산도 마음 편하게 양의지를 지명타자로도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