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버햄프턴은 21일 영국 울버햄프턴에 위치한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3시즌 잉글랜드 풋볼리그컵(EFL컵) 4라운드 질링엄(4부)과 맞대결에서 2-0으로 이겼다. 승전고를 울린 울버햄프턴은 EFL컵 8강에 안착했다.
이날 울버햄프턴은 몇 수 아래의 질링엄을 상대로 전반 내내 답답한 경기력을 보였다. 질링엄의 두 줄 수비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45분간 슈팅 13개를 퍼붓는 등 거듭 몰아붙였으나 실속이 없었다.
훌렌 로페테기 울버햄프턴 감독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황희찬 카드를 택했다. 후반 16분 곤살루 게드스 대신 잔디를 밟은 황희찬은 기대에 부응했다. 투입 15분 만에 코너킥 경합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유도했고, 이를 라울 히메네스가 손쉽게 매조지 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침착한 패스로 라얀 아이트-누리의 득점을 도왔다. 경기 종료 직전에는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만들고 로빙슛을 시도하기도 했다.
영국 버밍엄 지역지 버밍엄 라이브는 “황희찬은 지난주 카디스와의 친선 경기에서 교체 투입된 후에 활기를 띠었다. 그리고 질링엄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며 팀 내 최고 평점인 7을 부여했다. BBC 역시 “한국의 월드컵 16강을 이끌고 돌아온 황희찬이 페널티킥을 유도하며 활약했다”고 조명했다.
황희찬에게는 ‘보약’ 같은 한 판이었다. 올 시즌 황희찬은 기나긴 부진의 늪에 빠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1경기에 나섰는데, 그중 8번이 교체 출전이었다. 이 기간 공격포인트는 도움 1개뿐이었다. 이마저도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개막전에서 기록한 것이다. 그는 자연스레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포르투갈 출신의 페드루 네투와 게드스가 스타팅 멤버로 활약했다.
반등이 필요한 시점, 카타르 월드컵 활약이 황희찬에게 터닝 포인트가 된 것으로 보인다. 햄스트링 부상을 안고 카타르에 입성한 황희찬은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 처음 출전해 결승 골을 기록, 한국의 토너먼트 진출을 이끌었다. 16강전에서는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이때의 상승 기류가 영국까지 이어졌다. 질링엄전에 나선 황희찬은 가벼운 몸놀림을 자랑하며 동료들 사이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이번 경기가 로페테기 신임 감독의 데뷔전이었다는 게 황희찬에게는 호재다. 이날의 활약이 주전 경쟁에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월드컵에서의 좋은 분위기를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영국 BBC에 따르면, 울버햄프턴은 브라질 대표팀 공격수 마테우스 쿠냐(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영입에 근접했다. 쿠냐는 지난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9경기에 나서 6골 4도움을 기록한 검증된 공격수다. 더욱 힘겨운 주전 경쟁이 황희찬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EPL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 경쟁력을 증명하는 게 황희찬의 과제다.
울버햄프턴은 오는 27일 에버턴과 EPL 17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다.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애스턴 빌라, 리버풀을 차례로 상대하는 쉽지 않은 일정을 소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