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이 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상에서부터 항공우주까지 이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에 성장세인 한국의 방위산업을 주도하고 있어 한화그룹 내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또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구상하는 한화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항공우주까지 아우르는 ‘한국의 록히드마틴’ 겨냥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정부가 주도하는 방산 강국 구상의 중심에 서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방위산업을 강조하며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으로 방위산업을 전략 산업화하고, 방산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공표했다.
이달 발표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00대 방산기업 명단에 4개의 한국 방산업체가 이름을 올렸다. 이중 2곳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였다. 2021년 매출 기준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매출이 한국 업체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자리했다. 글로벌 순위 50위를 차지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년 대비 7.6% 늘어난 25억5000만 달러(3조3000억원)의 매출고를 올렸다.
여기에 지주사 한화가 방산 분야에서 12억4000만 달러(1조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82위를 차지했다. 한화의 방산 사업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합쳐지기 때문에 전체 매출액은 약 38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한국의 4개 방산업체가 기록한 약 72억 달러(약 9조3000억원) 매출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점유율은 53%나 된다. SIPRI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의 전체 방산 매출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쟁 업체인 LIG넥스원은 15억9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71위에 자리했다. 공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은 18억 달러로 65위를 차지했다.
SIPRI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의 2021년 해외 판매가 늘어났고, 팬데믹 도중에도 지속해서 성장했다”며 “한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022년 폴란드와 주요 무기 계약을 체결하면서 향후 수년간 무기 판매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국내 방산 3사의 폴란드 수출 1차 계약 금액만 11조8000억에 이른다. 로이터 통신은 한국의 방위산업을 조명하며 “한국이 올해 성사시킨 폴란드 무기 수출 규모가 150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방위산업을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4위로 육성한다는 것이 목표”라고 소개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군비청과 230㎜급 다연장 로켓 천무를 수출하는 35억5000만 달러(약 5조원) 규모의 1차 이행계약을 체결하는 등 올해 방위산업의 수출 수주액이 170억 달러(약 24조원)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 방산의 매출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2∼2016년 세계 무기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1%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7∼2021년에는 2.8%까지 올라섰다. 이는 세계 무기수출 상위 25개국 중에 가장 높은 증가폭에 해당한다. SIPRI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매출 기준으로 방위산업 매출 점유율은 미국 51%, 중국 18%, 영국 6.8%, 프랑스 4.9% 순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의 모든 엔진을 제작했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항공기 가스터빈 엔진 제작 기술을 가진 우주·항공 기업이기도 하다.
이런 방산과 항공우주에 이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도 세계적 방산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방산 시장에서 ‘다양한 패키지 제품’ 위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기업 규모를 키우고 제품을 다양화해 '한국형 록히드마틴'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록히드마틴은 세계 1위 방산 업체이자 미국의 거대 기업이다. 항공, 미사일, 헬기, 항공우주 등 다양한 방위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최근 더욱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달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으로부터 2860억원 규모의 '한국형발사체(누리호) 고도화사업 발사체 총괄 주관 제작' 사업을 수주했다. 항우연과 함께 내년부터 2027년까지 누리호 3기를 제작하고, 총 4차례에 걸쳐 누리호를 추가 발사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사업을 통해 항우연이 보유한 누리호 체계종합 기술과 발사운용 노하우를 순차적으로 전수받는 등 우주사업을 더욱 키울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우주항공 분야에서 항우연과 협력하며 역량을 키우고 있다. 공기업 한국항공우주산업도 결국 한화그룹이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후계자 김동관의 그룹 지배구조 재편 핵심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선장’ 역할을 맡고 있다. K방산과 K항공우주 분야를 주도적으로 개척하며 한화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도 김 부회장을 보필하며 방산 분야를 챙기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대신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하는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그룹을 재편하고 있다. 우선 그룹의 방산 계열사를 통합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곳으로 모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주사 한화에서 물적분할된 방산 부문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도 흡수합병한다.
이번 합병을 통해 지상에서부터 항공우주에 이르는 종합방산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으로 키우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한화그룹은 그동안 유사 사업군 통합 등 사업 재편 활동을 꾸준히 진행해온 바 있다. 사업 재편의 중심에는 항상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계열사들이 있었다. 후계자인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20년에는 화학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및 소재 사업을 맡은 자회사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흡수합병하면서 사명을 한화솔루션으로 바꾼 바 있다. 현재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는 미래 먹거리인 방산과 항공우주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그룹의 성패가 달린 미래산업을 재계의 젊은 리더인 김동관 부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