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27·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메이저리그(MLB)에서 주전으로 도약하며 한국야구 위상을 드높였다.
포지션별 가장 뛰어난 수비력을 보여준 선수에게 수여하는 골드글러브 시상식에서 내셔널리그(NL)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 3인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수상은 실패했지만 '어깨가 약한 아시아 출신 내야수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편견을 깨뜨렸다. 타석에서도 MLB 투수들의 빠른 공에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시즌(2021) 0.202였던 타율을 0.251까지 끌어올렸다. 홈런도 11개를 기록했다.
샌디에이고 팬들은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하성킴'을 연호했다. 쏟아지는 응원 속에 자신감 있는 표정과 세리머니를 보여주는 김하성의 모습은 국내 야구팬에게 쾌감을 선사했다.
2022년을 마무리하며 일간스포츠와 인터뷰를 가진 김하성은 "내 이름이 불릴 때 펫코 파크(홈구장) 데시벨(dB)이 가장 커지는 것 같더라. 나는 이방인인데, 그런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줘서 너무 고마웠다. 절실한 마음으로 야구를 한 건 예년과 다르지 않다. 코칭스태프가 믿어주면서 출전 기회가 늘어났고, 더 빠른 속도로 MLB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게 올 시즌 나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김하성은 KBO리그에서 뛸 때보다 수비력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몸을 날리며 공을 잡아내는 투지와 집중력으로 수 차례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빅리거 선수들과 동화돼 펼치는 세리머니도 이전보다 화려해졌다.
김하성은 "원래 몸을 사리지 않고 과감하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는 편이다. 한국에서도 좋은 가르침을 받았지만, MLB에서 뛰면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그게 수비력이 업그레이드된 이유 같다"고 했다. 세리머니에 대해서는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모든 선수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도 녹아들기 위해서 노력한 게 그렇게 보인 것 같다"며 웃었다.
샌디에이고는 올 시즌 89승 73패를 기록하며 와일드카드 2위로 포스트시즌(PS)에 진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미니시즌(팀당 60경기)을 치른 2020년 이후 2년 만이자, 162경기 체제에서는 2006년 이후 16년 만에 가을 축제에 나섰다. 디비전시리즈(DS)에서 '지구 라이벌' LA 다저스를 꺾고 챔피언십시리즈(CS)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주전 유격수였던 페르난도 타니스 주니어가 부상과 약물 복용 징계 탓에 이탈했지만, 김하성이 그 자리를 완벽하게 메운 덕분에 전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김하성에게도 큰 자부심이다. 그는 "개인 성적으로는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오른 게 가장 큰 의미다. 하지만 팀 성적이 우선이었다. 2021년 PS에 진출하지 못했고, 올해는 타티스 주니어가 빠지면서 우려가 컸다. 하지만 NLCS까지 진출했다. 나 혼자 잘해서 그런 성적을 낸 건 아니지만, 올해는 팀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올해 가장 큰 성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들, 동생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의미를 부여한다. 김하성은 "부모님과 누나들이 내가 잘해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좋아해 주시는 게 너무 기쁘다. 우리 집은 서로 애정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다.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된다. 특히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체중이 빠질 때도 있는데, 어머니가 현지에서 보살펴 주신 덕분에 무사히 한 시즌을 치를 수 있었다"고 했다.
김하성은 후배들에게 롤모델이다. KBO리그에서 최고의 선수가 된다면, 빅리그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는 확신을 안겼다. 김하성은 이에 대해 "2021년에는 출전도 꾸준히 못 하고, 성적도 안 좋았다.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에 힘들었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쌓은 내 실력을 믿었고, 한국야구를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독기를 품었다. 후배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내 자부심"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KBO리그에서 잘하는 후배들이 현재에 만족하지 말고, 더 큰 무대를 목표로 삼고 도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하성은 최근 MLB 진출을 선언한 후배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를 향해서도 "그의 성공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덕담을 전하기도 했다.
자리 경쟁은 2023년도 이어질 전망이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팀이다. 계속 좋은 선수를 영입할 것이다. 내 실력은 아직 MLB에서 평균 수준이며 팀에서도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올 시즌 경험을 통해 조금 더 여유를 갖고 경쟁할 수 있게 됐다. 더 잘하는 선수가 되겠다. 나는 욕심이 많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김하성은 일간스포츠 독자에게 "항상 격려와 응원을 주셔서 감사하다. 새해에는 모든 일이 잘 되시길 바란다. MLB 경기가 한국시간으로는 아침에 열리는데,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실 수 있도록 내가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