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가 미래를 대비하며 단행한 트레이드 2건은 2022~23시즌 V리그 여자부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자 프로배구 GS칼텍스는 지난달 27일 흥국생명에 세터 이원정(23)을 내주고, 2023~24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같은 날 리베로 오지영(35)을 페퍼저축은행으로 보내며 2024~25시즌 1라운드 지명권을 얻기도 했다.
이원정은 GS칼텍스에서 세터 3옵션이었다. 주전 안혜진, 신예 김지원에 밀렸다. '2020 도쿄 하계올림픽 4강 진출 주역' 오지영도 한다혜에 밀려 백업을 맡았다.
2017~18시즌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한 이원정은 유망주로 기대받았지만, 성장세가 더뎠다. GS칼텍스로 이적한 뒤에는 출전 기회가 더 줄었다. 오지영은 컨디션 난조가 겹쳤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그가 벤치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오)지영이가 못하는 게 아니라, (한)다혜의 컨디션이 좋다"라는 말로 자신의 기용 배경을 에둘러 전했다.
결국 구단과 사령탑은 두 선수에게 출전 기회가 더 많은 팀으로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면서, 유망주를 확보할 수 있는 장치까지 마련했다.
이 트레이드는 3팀 모두 웃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새 유니폼을 입은 이원정과 오지영이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이원정은 지난달 29일 열린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전에서 이적 첫 경기를 치렀다. 올 시즌 GS칼텍스 소속으로는 팀이 치른 17경기에서 네 세트 밖에 나서지 못했던 그가 이날 한 경기에서만 1~4세트를 모두 소화했다. 특히 3·4세트는 선발로 나섰다. 범실 없이 세트 31개를 해냈고, 득점도 2점을 지원했다.
흥국생명은 '배구 여제' 김연경의 공격력 극대화를 지원할 세터가 필요하다. 주전을 맡고 있는 김다솔이 분전하고 있지만, 종종 불협화음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이원정 영입 배경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를 A급 세터로 볼 순 없어도, 옵션을 늘려 최선에 다가서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김연경은 현대건설전 3세트에서 공격 성공률 50%를 기록했다. 4세트는 36.36%. 수치는 기존 세터들의 운영과 큰 차이가 없다. 아직 표본도 적다. 하지만 이원정이 가세한 뒤 활력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커진 것 같다. 무엇보다 이원정은 세터 포지션을 기준으로는 키(176㎝)가 작지 않기 때문에 블로킹 벽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흥국생명은 2일 권순찬 감독을 경질했다. 윗선이 선수 기용을 두고 월권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났다. 선수 영입은 팀 차원에서 결정한 만큼 이원정이 GS칼텍스에서 뛸 때보다 많은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오지영은 큰일을 해냈다.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고 나선 두 번째 경기였던 12월 31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 리시브 효율 61.9%를 기록하며 상대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안정감 있는 서브 리시브와 디그로 세터 이고은이 정확한 공 배급을 할 수 있도록 기여했다. 개막 17연패를 당하며 올 시즌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페퍼저축은행은 이날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했다. 선수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하며 기뻐했다.
오지영은 V리그에서만 15번째 시즌을 뛰고 있는 베테랑이다. 도쿄 올림픽 일정을 치르면서도 '맏언니' 라인 한 축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젊고, 경험이 적은 선수가 많은 페퍼저축은행에서 정신적 기둥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그의 영향력과 기여도를 떠나, 페퍼저축은행은 긴 터널을 벗어났다.
GS칼텍스의 '동업자 정신'을 배경으로 이뤄진 선수 이동. 날개를 단 흥국생명은 주포 야스민의 부상으로 흔들리고 있는 1위 현대건설을 위협하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팀 명처럼 고춧가루 부대가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남은 시즌, 이원정과 오지영의 경기력은 꽤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