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 동안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모두 이적시켰던 보스턴 레드삭스가 라파엘 데버스(27)를 붙잡고 자존심을 지켰다.
미국 ESPN 등 현지 매체들은 5일(한국시간) "스타 3루수 라파엘 데버스와 보스턴이 11년 3억3100만 달러 계약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며 "계약이 마무리된 건 아니다. 신체검사는 아직이다. 하지만 결국, 데버스는 보스턴에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데버스는 보스턴이 키워왔던 중심 타자다. 데뷔 후 6시즌 동안 타율 0.283 139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854를 기록했다. 2019년(32홈런) 2021년(38홈런) 30홈런 이상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27홈런을 쳤다. 수비는 기복이 있지만, 타격에서는 동년배 타자들 중 으뜸으로 통한다.
데버스의 잔류는 단순히 좋은 선수와 계약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보스턴은 지난 몇 년 동안 팀에서 키워 온 프랜차이즈 스타들과 장기 계약을 맺지 않았다. 2013년 팀 우승을 이끈 에이스 존 레스터는 굴욕적인 계약 제의를 받은 후 트레이드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로 떠났고, 이후 FA(자유계약선수)가 돼 시카고 컵스로 이적했다. 그곳에서 우승을 이끌며 보스턴이 저평가한 기량도 증명했다.
그 다음은 MVP(최우수선수)가 떠났다. 2018년 아메리칸리그 MVP였던 무키 베츠는 보스턴과 연장 계약 합의에 실패했고, 결국 2019시즌 종료 후 LA 다저스와 블록버스터 트레이드로 이적했다. 베츠는 이적 후 다저스와 12년 3억65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맺으며 사실상 보스턴과 영원히 결별했다.
이번 겨울에는 유격수 잰더 보가츠까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떠났다. 2013년 우승 시즌 빅리그에 데뷔했던 보가츠는 10시즌 동안타율 0.292와 156홈런을 쳤던 리그 대표 공격형 유격수였다. 3할 타율과 20홈런 이상을 꾸준히 기대할 수 있는 선수였으나 보스턴은 그와 연장 계약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결국 보가츠는 11년 2억8000만 달러 계약을 제시한 샌디에이고로 떠났다.
데버스마저 놓치면 MLB 대표 빅 마켓으로 꼽히던 보스턴의 자존심이 흔들릴 수 있었지만, 데버스를 잡으면서 자존심을 확실히 지키게 됐다. 최근 FA 시장의 추세를 보면 금액 역시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편이다. 올 겨울 FA 최대어였던 애런 저지는 9년 3억6000만 달러를 받았고, 카를로스 코레아도 12년 3억1500만 달러 금액을 두고 뉴욕 메츠와 협상 중이다. 어린 나이의 데버스가 시장에 나왔다면, 그 이상 계약을 호가했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