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를 시작하며 속속 등장하던 시중은행의 새해 특판 예·적금 상품이 종적을 감췄다. 가파른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이 '수신 금리 경쟁'에 제동을 건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총 818조43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0%(163조5007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74조962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6.9% 늘었다. 이어 농협은행이 172조9221억원으로 20.7% 증가했고 하나은행 162조7239억원과 우리은행 154조5662억원으로 각각 23.4%, 30.5%, 신한은행도 153조2607억원으로 23.9% 늘어났다.
수신 잔액 증가는 고금리 영향이다. 작년 하반기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시중은행의 수신 금리가 연 4% 중반까지 치솟으며, 그동안 특판으로만 받아야했던 금리를 시중은행이 그냥 제공하게 됐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현재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4~4.5%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상품별로는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이 4.48%로 가장 높고, 농협은행의 'NH왈츠회전예금2'가 4.05%를 제공한다.
이마저도 지난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정기예금 금리를 5%대로 올렸다가 내린 것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과도한 수신금리 경쟁을 자제하라고 주문한 데 따른 여파였다.
금융권에서는 이 여파가 기준금리 인상 기조 동안에 계속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상승 기조가 이미 시장에 선반영돼 있고, 당국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 권고가 해가 지났다고 사라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신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오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25%에서 3.50%로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 이미 금리에 반영돼 있다는 얘기다.
높아진 금리에 따라 매년 1월이면 나오던 예·적금 특판 상품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1%대에 불과하던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은행들은 특판 상품을 내놓는 추세였다. 1월 하나은행이 설 연휴 5일 동안 판매한 'e-플러스적금'은 3년 만기 기준 연 1.3%였다. 그나마 특판으로 우대금리를 모두 받을 경우 최대 2.5% 금리가 적용됐다.
우리은행이 작년 초 창립 123주년을 기념해 판매한 ‘1·2·3 패키지 상품’도 기본금리 연 2.60%에 우대금리 0.50%포인트를 더해야 최고 2.10%를 제공하는 '고금리 적금'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2~3%대 특판 상품 출시가 더욱 활발했다. 2019년 우리은행은 최고 연 3.2%의 '우리 120년 고객동행 정기 예적금'을, 하나은행은 '황금드림 정기예금'을 내놨다. 또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기존 상품에 추가 우대금리를 제공하며 2~3%대 적금 상품을 제공했다.
올해는 그나마 하나은행이 새해를 맞아 고객들에게 우대금리 쿠폰을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고객들의 신년 각오와 결심을 응원하기 위한 ‘작심하고 적금 시작’ 이벤트다.
1월 말까지 ‘급여하나월복리적금’, ‘주거래하나월복리적금’, ‘내맘적금’ 등 하나은행의 적금 3종을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금리 우대 쿠폰을 발급해준다. 쿠폰은 선착순 9만좌 한정으로 발급되고, 적금 가입 시 급여하나월복리적금 가입 기준 최대 6%(1년, 세전)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새해에도 은행권으로 돈이 몰리는 ‘역머니무브’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설 연휴를 기점으로 예·적금 특판 상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아직 특별한 특판 상품 출시 계획은 들은 바 없다"며 "금리가 아니어도, 다른 방향으로 고객에게 혜택을 돌려줄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