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는 오는 3월 예정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메이저리그(MLB) 슈퍼스타 중 하나다. 2017년 4회 대회를 오른발목 부상으로 결장한 오타니가 WBC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6일 열린 WBC 대표팀 기자회견에서 "우승만을 목표로, 이기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며 포부를 밝혔다. 구리야마 히데키 일본 야구대표팀 감독은 WBC 30인 최종 엔트리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오타니를 포함, 주축 선수 12명의 명단을 먼저 발표한 상태다.
오타니는 현재 MLB에서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유일무이한 선수다. 2021년 투수로 9승, 타자로는 46홈런을 때려내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지난 시즌에는 홈런이 34개로 줄었지만, 투수로 15승을 따내 1918년 베이브 루스(13승·11홈런) 이후 처음으로 한 시즌 두 자릿수 승리와 두 자릿수 홈런을 모두 달성한 선수가 됐다.
일본 야구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선수지만 오타니의 국제대회 연인은 많지 않다. 프로 데뷔 후 '사무라이 재팬'으로 나선 건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가 유일하다.
한국 야구대표팀에는 비상이 걸렸다. 일본과 함께 WBC 1라운드 B조에 속한 대표팀으로선 오타니의 합류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본은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팔로스)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마린스) 등 스타급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상황에서 오타니의 가세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투수로 등판하지 않더라도 지명타자 출전 가능성이 큰 만큼 오타니 공략 여부에 따라 한일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MLB에서 오타니를 상대해본 최지만(피츠버그 파이리츠)은 "워낙 좋은 선수고 공도 정말 빠르다. 선수들이 빨리 적응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MLB 기록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 기준, 오타니의 지난 시즌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3.9마일(151.1㎞/h)이다. 여기에 슬라이더, 포크볼, 체인지업, 커브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키가 1m93㎝로 커 변화구 각도 예리하다.
MLB 대표 거물급 스타이다 보니 맞대결을 희망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투수 구창모(NC 다이노스)는 "(WBC에는) 워낙 훌륭한 선수가 많이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오타니를 가장 상대해보고 싶다. 기대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수 곽빈(두산 베어스)은 "홈런을 맞아도 좋으니 우상인 오타니와 붙어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선수들의 말에는 경외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김윤식(LG 트윈스)은 "오타니·다르빗슈·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의 투구 모습을 가까이서 많이 보고 싶다"고 기대했다.
송재우 MLB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오타니를 주목하는 건 당연하다. 그만큼 MLB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라며 "투구를 하지 않더라도 타석에 들어서면 위협적이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오타니만큼은 '괴물' 취급을 하는 거 같다. 한국전에 오타니나 다르빗슈 중 어떤 투수가 선발 등판할지 선수들의 관심도 많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한국을 경계한다. 한국과 일본은 국제대회마다 치열하게 대결했다. 이번에도 서로를 꺾어야 2라운드 진출을 낙관할 수 있다. 오타니는 "(한국에는) 훌륭한 선수가 많다. 아시아에서도 그렇고, 세계적으로 봐도 타자와 투수 모두 뛰어난 선수가 많다"며 "어떤 선수가 나올지 모르지만, 어느 세대나 세계에서 싸울 수 있는 선수가 나오는 나라다. 멋진 야구를 한다"고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