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J리그 요코하마 마리노스에서 활약하던 아마노는 지난해 울산 현대로 임대 이적하며 한국 무대에 발을 들였다. 아마노는 지난해 울산 우승의 주역이었다. 리그 30경기에 출전해 9골 1도움을 기록하며, 17년 만의 대업을 이뤘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임대 기간이 끝났지만, 울산과 동행을 이어갈 것이 유력했다. 이미 울산과 교감을 끝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더 큰 연봉을 제시한 전북으로 향했다.
아마노는 12일 전북 완주군 봉동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클럽하우스 사이즈부터 빅클럽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1년 동안 같이 싸우면서 전북이 강하다고 느꼈다. 이 팀의 일원이 된 것이 기쁘다”며 웃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아마노를 두고 ‘만나본 일본인 중 최악’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동행을 이어갈 것을 약속했지만, ‘맞수’ 전북으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아마노는 “나는 홍명보 감독님을 존중하고 있었고, 나를 한국에 데려온 감독님이라 감사하게 생각했다. 우승을 위해 같이 싸웠다. 우승 트로피를 감독님이 들 수 있게끔 함께 싸웠는데, 언론을 통해 발언을 하신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했다.
이어 아마노는 “감독님이 거짓말쟁이, 돈을 선택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없는 사실이다. 울산과는 지난해 여름부터 계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시즌이 끝나고 나서 울산 구단의 공식 오퍼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울산은 11월 중순 아마노에게 공식 제안을 건넸다. 다만 울산의 오퍼가 왔을 때는 이미 전북행으로 마음이 기울졌다고 한다.
울산과 동행 약속에 관해서는 “감독님께 남겠다고 한 것은 사실이다. 전북의 정식 오퍼가 온 하루 뒤에 홍명보 감독과 나의 미팅 자리를 만들었다. 그 자리에서 남겠다고 했지만, 울산의 정식 오퍼는 없었다. 감독님과 구단의 온도 차에 곤혹스러웠다”며 “타이밍을 봤을 때도 계약에 관해 정식적으로 나눈 적이 없었는데, 전북의 공식 오퍼 다음 날 미팅을 요청한 것 자체가 나를 전북에 보내기 싫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울산의 공식 제안이 없어 이적을 택했다는 게 아마노의 주장이다. 그는 “지난해 여름부터 울산에 남고 싶다고 했다. 감독님과 커뮤니케이션을 했고, 에이전트도 내년 계약 연장에 관한 협상 등 이야기를 전달했다. 구단 측은 진심으로 생각하고 자리를 만들어 준 적이 전혀 없었다. 시즌이 끝나서도 구단 측의 정식 오퍼가 없어서 ‘울산에서는 계약 생각이 없구나’라고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반면 전북은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다고 한다. 아마노는 “전북과는 시즌 끝나기 전부터 계약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김상식 감독과 구단 강화부가 열의를 갖고 내게 이야기를 꺼낸 것에 기분이 좋았다. 전북은 시즌 종료 전에 요코하마와 임대 조정을 끝냈고, 협상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제는 ‘적’으로 울산을 마주해야 한다. 아마노는 “정승현이 일본어로 ‘운동장에서 조심하라’고 농담했다. 내 결단의 중요성을 잘 알고 이적을 결정했다. 올 시즌 울산과 시합에 대한 각오는 이미 준비돼 있다”고 힘줘 말했다.
홍명보 감독은 아마노를 ‘최악의 일본인’이라고 표현했지만, 홍 감독을 바라보는 아마노의 시선은 달랐다. 아마노는 “내가 같이한 한국인 감독이 홍명보 감독밖에 없다. 언론을 통해 나를 비판했지만, 홍명보 감독에 관한 존중을 갖고 있다. 한국에 나를 데려오고, 17년 만의 우승을 이룬 전우로 존중한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아마노는 “홍명보 감독님은 나를 K리그로 데려와 주시고, 우승을 위해 같이 싸운 전우라 은사라고 생각한다. 어제 발언을 하신 것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실망 아닌 실망을 했다. 올해는 우리가 다른 팀에서 경쟁하게 됐다. 전북의 선수로서 김상식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과 같이 꼭 트레블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 각자 자리에서 경쟁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