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정민은 지난 14일 영화 ‘교섭’의 개봉(18일)을 앞두고 방송인 홍인규의 유튜브 채널 ‘홍인규 골프 TV’에 출연했다. 황정민은 홍인규 및 프로 골퍼들과 라운딩을 하며 ‘교섭’ 홍보도 하는 일거양득을 취했다.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좀체 볼 수 없었던 황정민이 골프에 집중하는 모습은 신선했다. 이 영상은 지난해 가을 촬영을 했다가 ‘교섭’의 개봉 일정에 맞춰 공개됐다.
데뷔 6개월 만에 K팝 그룹 최단기간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한 뉴진스는 아이돌그룹의 데뷔, 컴백에 공식과도 같은 ‘쇼케이스’를 한 번도 가진 적이 없다. 지난 2일 발매한 새 앨범 ‘OMG’의 홍보 일정에는 취재진을 초대하는 쇼케이스 대신 웹툰작가 이말년의 트위치 채널 ‘침착맨’의 실시간 라이브 방송에 출연했다. 뉴진스는 앞서 ‘OMG’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이말년과 상부상조 차원에서 실방(실시간 방송)을 택했다. K팝과 다소 거리가 있는 성격의 침착맨의 출연이 결과적으로 인지도를 확대한 셈이 됐다.
어도어 측은 “민희진 대표가 먼저 ‘침착맨’ 채널에 출연 제안을 해 성사가 됐다”면서 “뉴진스 멤버들과 이말년이 서로 구면이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했다.
이 분야에서 TV 못잖게 파급력이 센 콘텐츠는 ‘연반인’(연예인 같은 일반인) 재재가 맹활약하는 ‘문명특급’이다. ‘문명특급’ 출연이 대중의 인기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재재는 아이돌에 진심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채널과 별개로 독자 MC로도 나서고 있다.
TV보다 유튜브, 시청률보다 조회수가 우선시 되고 있다. 새 영화, 드라마와 K팝 아이돌의 신곡 홍보가 레거시 미디어인 TV에서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공개를 앞둔 영화, 드라마 등이 TV에서 연예계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이나 토크 예능에 출연하던 것에서 점차 유튜브, 트위치 등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홍보사가 일부 인기 유튜브 콘텐츠에 먼저 제안을 하는 경우도 있을 지경이다.
홍보를 원하는 수많은 작품과 배우, 가수 등이 이름마저 생소한 유튜브, 트위치 채널에 노크하는 까닭은 무엇보다 시청 타깃의 정확성 때문이다. 해당 채널의 구독자를 통해 조회수를 확보할 수 있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에게 전달력도 높다. 시청층이 불분명한 TV와 차이점이 명확하다.
또 시청등급이 정해지는 TV와 달리 수위의 자유로움을 지녔다는 점도 스타들의 발걸음을 유튜브로 이끄는 요소다. 배우 김고은은 얼마 전 ‘문명특급’에 출연, 영화 ‘영웅’을 홍보하며 재재와 소주를 털었다. ‘피식대학’의 코너 ‘피식쇼’는 지난 8일 업로드한 가수 박재범 편에서 ‘유두’ 색깔을 묻는 문답으로 배꼽을 잡았다. 그룹 에이티즈의 홍중과 민기는 입이 걸기로 소문난 유튜버 풍자가 진행하는 ‘빨아삐리뽀’에 등장, 만만치 않은 입담을 과시했다. 시즌1을 끝낸 가수 이영지의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은 이슬만 먹고 사는 줄 알았던 아이돌이 대거 출연해 주종을 가리지 않고 음주하며 진담을 꺼냈다. TV 방송이라면 술병 대신 물병이 나와야 했다. ‘튀르키예즈 온 더 블록’도 홍보차 나온 스타들과 TV라면 할 수 없는 ‘19금’의 대화가 일상이다.
판에 박힌 홍보 방식이 아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채널 호스트의 진행 실력도 스타들에게 호감으로 다가온다. 연예계의 동료가 마이크를 잡은 터라 서로 속내를 시원하게 털어놓고, 출연한 연예인에 초점이 맞춰져 조회수를 상승시킨다.
조성경 대중문화평론가는 “유튜브 등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은 TV와 달리 제약이나 한계가 거의 없다”면서 “낮은 수치의 시청률 대신 조회수가 보장되기 때문에 홍보의 장으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