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교섭’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협상 테이블이다. 아직 일이 일어난 지 15년여 밖에 되지 않은, 그것도 꽤나 민감할 수 있을 만한 소재를 영화로 끌고 와 많은 대중을 설득시켜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교섭’은 최악의 피랍사태로 꼽히는 한국인 23명 탈레반 피랍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피랍 사건 당시 국내에서도 논란이 많이 됐던 데다 2007년 벌어진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 영화화하는 것에 관한 부담이 작지 않았을 터. 임순례 감독 역시 언론 시사회에서 “어느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굉장히 민감한 소재일 수 있는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을 정도다.
임 감독이 선택한 것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닌 ‘협상’, 즉 ‘교섭’에 무게감을 두는 것이다. ‘교섭’은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는 일념 하나로 목숨을 걸고 협상에 임하는 이들과 그들이 수행해야 하는 일을 따라가며 보는 이들을 설득시킨다. 110분이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 사건이 왜 벌어졌는가’보다는 국경의 장벽과 복잡한 정치적 상황을 뚫고 누군가의 생명을 구해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에 집중하게 된다. 인물의 진심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을 주로 해온 임순례 감독의 장기가 묻어나는 부분이다.
일부러 통쾌함을 만들기 위해 꾸며지는 액션 장면 역시 없다. 모든 장면, 모든 죽음에 이유가 있고 잔혹한 묘사가 나타나지 않아 거부감이 없다. 임순례 감독은 액션 연출이 처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필요한 부분에 적정 수준의 액션을 가미, 영화의 개연성과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다만 주연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황정민과 현빈은 각각 한국인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 재호와 중동 및 중앙아시아 전문 국정원 요원 대식 역을 맡아 연기했다. 두 사람의 연기적 호흡과 극을 자연스럽게 이끄는 힘은 여전하지만, 이전 작품들과 차별화됐는가란 지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특유의 조 때문에 관람 중 드문드문 두 사람의 이전 작품들이 떠올려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강기영은 아프가니스탄 뒷골목에서 살아남은 잡초 같은 한국인 카심으로 분해 극에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다소 어둡고 진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 등장하는 카심은 극의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어려운 파슈토어를 랩 가사처럼 외웠다는 배우의 노력도 매 장면에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