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함께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면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수입 식품을 구매해 먹는 인구가 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우유 및 유재품 가격이 급등하자 수입산 멸균우유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자녀가 둘인 30대 주부 A씨는 최근 온라인 쇼필몰에서 '폴란드산 멸균우유'를 검색했다. 우유는 물론 치즈와 생크림까지 '밀크플레이션'이 이어지자, 조금이라도 저렴한 제품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생우유는 마트에서 사먹더라도 외출할 때를 대비해 사는 멸균우유는 유통기한이 길어서 수입 우유를 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멸균우유는 초고온에서 미생물을 죽여 무균 포장한 것으로 일반 우유와 영양분은 같으면서도 상온에서 최대 6개월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맛도 국산보다 고소하다는 평이 적지 않은 편이다.
가격대가 매력적이었다. 폴란드와 호주 등에서 수입하는 멸균우유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리터당1300~2000원 수준이었다. 국산 냉장 우유 대비 가격이 최대 절반 가까이 싸다. A 씨는 "마트에서 서울우유가 1리터에 2900~3000원 수준"이라면서 "폴란드산 멸균우유를 대량으로 사서 섞어 먹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수입산 멸균우유 시장이 확대되면서 위기를 느낀 국내 유업계가 TV 광고를 내보내는 등 국산 우유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회)는 지난 12일부터 국산 우유의 장점을 알리기 위한 '맛있다 우리우유 사진 공모전' 온라인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해당 이벤트는 국산 우유의 매력을 담은 사진을 찍은 후 개인 SNS 채널에 이를 응모하는 행사다. 특히 국산 우유와 수입산 멸균우유와의 차별점을 표현한 사진의 경우 가산점도 받는다.
위원회 관계자는 "국산 우유와 소비자 간 친근감을 형성하고, 국산 우유만의 장점과 매력을 알리기 위한 취지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9월에는 '사랑해요, K-밀크'라는 슬로건으로 알려진 TV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아울러 오는 23일까지 오아시스마켓 플랫폼을 통해 '국산 치즈' 할인 기획전도 진행한다.
유튜브에서도 수입 멸균우유 대비 국산 우유의 강점을 소개하거나 국산 우유로 만든 각종 요리법을 게재하는 등 다각도로 홍보하고 있다.
위원회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국산 우유 홍보에 나서는 것은 싼 값을 앞세운 수입 멸균우유가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가격상 차이점이 분명한 만큼 수입 멸균우유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폴란드산 멸균우유는 '믈레코비타'와 '밀키스마'다 가격대는 1500원대다. 이밖에도 아르보리아 멸균우유, 오스트레일리아스 오운 밀크, 폴스 퓨어 밀크 등을 찾는 소비자도 많다. 제품 가격대는 1L당 1900원~1만8000원대까지 다양하다.
높아지는 물가로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수입 우유 소비가 늘면서 전체 우유 시장에서 국내 우유 자급률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국내 우유 자급률은 2011년 77.3%를 기록했으나, 작년에는 45.7%로 떨어지기도 했다.
위원회 측은 수입산 멸균우유의 안전성을 지적하며 국내산 우유는 철저한 품질 관리가 이뤄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위원회 관계자는 "국산 우유는 식품이 생산지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이동하는 거리가 훨씬 짧기 때문에 신선도 측면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산 우유는 품질 관리를 철저하게 하기 때문에 신선함과 안전성, 우수한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