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많은 기업이 마케팅 활동의 목적으로 스폰서십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빅5 리그(프리미어리그, 라리가, 분데스리가, 세리에A, 리그앙)’에 속한 클럽들은 수익성 강화를 위해 글로벌 브랜드와 속속 손잡고 있다.
축구 스폰서십 산업의 선두주자는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EPL)다. 2020년 EPL은 스폰서십 계약으로 8억 3200만 유로를 벌어, 2위에 그친 라리가(4억 3600만 유로)를 압도했다. 그해 EPL 전체 수익의 28%가 스폰서십에서 나왔다.
축구 스폰서십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셔츠 스폰서, 킷 스폰서, 커머셜 파트너가 바로 그들이다. 셔츠 스폰서는 메인 스폰서라고도 불린다. 이 스폰서십의 가장 큰 매력은 기업의 브랜드나 로고를 후원하는 클럽 셔츠 앞면에 새기는 것이다. 2017~18시즌부터 EPL이 셔츠 소매에도 광고 부착을 허용한 이후, 슬리브(sleeve, 소매) 스폰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킷 스폰서는 킷 공급자(supplier)라고도 불린다. 영국에서는 스포츠팀이 입는 특정한 옷을 킷(kit)이라 칭한다. 킷 스폰서십 계약은 보통 셔츠 스폰서보다 오랫동안 지속된다. 또한 2022년을 기준으로 EPL의 빅6 클럽 중 토트넘을 제외한 5개 클럽의 킷 스폰서십 계약 규모가 셔츠 스폰서십보다 컸다.
커머셜 파트너는 셔츠나 킷 스폰서보다 클럽에 훨씬 적은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그들이 갖는 권한도 작다. 이들은 보통 후원의 대가로 축구장안의 광고보드권, 언론 인터뷰 시 배경막 로고 노출권, 홈페이지 로고 사용권 등을 보유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역, 글로벌, 파이낸셜, 미디어 파트너를 갖고 있으며, 2021년 이들이 보유한 커머셜 파트너만 51개사에 달했다.
다양한 산업군에서 많은 기업들이 셔츠 스폰서와 커머셜 파트너에 참여한 것과는 달리, 킷 스폰서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은 한정적이다. 유니폼 혹은 스포츠용품 제조사만이 킷 스폰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 세계에서 셔츠를 가장 많이 판매한 클럽과 이를 만든 제조사는 누구일까?
2021년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셔츠를 판매한 클럽은 독일 분데스리가 최다 우승(31회)에 빛나는 바이에른 뮌헨이다. 뮌헨은 325만 장의 셔츠를 팔았고, 제조사는 아디다스였다.
표에서 보이듯이 스포츠용품 업계의 양대 산맥인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축구 셔츠를 만들고 있다. 범위를 넓혀 2022~23시즌 빅5 리그에 속한 모든 클럽의 킷 스폰서를 살펴봐도,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선두 주자다. 이 두 회사는 각각 17개 클럽을 후원해 공동 1위에 올랐다. 다시 말해 빅5 리그 셔츠의 34.7%를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만든 것이다.
막대한 이적료를 지불해 슈퍼스타를 영입한 클럽의 셔츠는 불티나게 팔릴 때도 있다. 따라서 팬들과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마저 스타를 영입하기 위해 거액의 연봉과 이적료를 지불해도, 클럽 셔츠가 그만큼 많이 팔려 이득이 날 것이라는 환상을 꿈꾼다.
하지만 셔츠가 한 장 판매될 때마다 클럽이 얻는 수익은 그리 많지 않다. 셔츠 판매로 벌어들이는 구단의 수익은 제조사들과 합의한 수수료에 따라 결정된다. 세계적인 클럽들도 보통 셔츠 판매 수익의 7.5~15%밖에 받지 못한다.
2020~21시즌을 앞두고 리버풀은 나이키와 킷 스폰서십 계약을 맺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리버풀이 나이키로부터 받기로 한 연간 액수 3000만 파운드는, 이전 킷 스폰서였던 뉴 발란스보다 1000만 파운드가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계약에서 리버풀은 셔츠 매출의 수수료를 20%까지 끌어 올렸다.
리버풀의 셔츠 가격은 70파운드다. 따라서 셔츠 한 장이 판매될 때마다 20%인 14파운드가 리버풀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위의 표와 같이 리버풀 셔츠가 연간 250만장 정도 팔리면 클럽은 수수료로 3500만 파운드를 벌 수 있다. 수수료 20%에 연간 계약 액수 3000만 파운드를 합하면 리버풀이 킷 스폰서십으로부터 얻는 액수는 총 연간 6500만 파운드에 달하는 것이다.
또한 뉴 발란스와는 달리 나이키는 농구 스타 르브론 제임스나 뮤지션 드레이크 같은 세계적인 셀럽을 모델로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리버풀은 이러한 스타를 이용한 셔츠 판매 전략도 세울 수 있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김식 기자 seek@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