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마치면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국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도전할 계획인 이정후. IS 포토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를 향한 미국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구단의 관심이 뜨겁다.
애리조나 구단은 올 시즌 키움과 스프링캠프지를 '공유'한다. 키움 선수단이 훈련할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솔트리버 필즈 앳 토킹 스틱은 1만1000석 규모의 야구장을 비롯해 총 12개의 연습장, 빅리그와 마이너리그 클럽하우스가 포함된 사무실, 각종 훈련 시설 등이 총집합된 캠프지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애리조나 구단 담당자가 먼저 '야구장을 구했느냐'고 물어보더라. (야구장을 정하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협조적으로 장소를 빌려줘서 MLB 선수들의 훈련 장소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4년 전 키움은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와 투손을 오가며 1·2차 캠프를 진행했다. 두 캠프지의 거리가 멀지 않더라도 짐을 풀고 싸는 것부터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이동 없이 피닉스에서 '3일 훈련, 1일 휴식' 일정으로 훈련한다.
프로야구 스프링캠프는 최근 두 시즌 연속 국내에서 치러졌다. 코로나19 확산 탓에 국외 훈련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바이러스 확산 세가 수그러들고 해외 훈련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면서 KBO리그 10개 구단 모두 해외 캠프를 계획했다. 키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미국 애리조나에서 훈련장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4일(한국시간)에는 미국프로미식축구(NFL) 슈퍼볼까지 애리조나주 스테이트 팜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구단 관계자는 "슈퍼볼이 예정돼 있고 마이너리그팀들까지 몰리니까 훈련장이나 숙소를 예약하는 게 쉽지 않았다. 애리조나 구단이 많이 배려해줬다"고 말했다.
키움은 캠프 기간 이정후를 지켜보기 위해 MLB 관계자들이 현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만큼 구단 안팎에서 감지되는 관심이 뜨겁다. 특히 애리조나는 이정후를 비롯해 안우진과 김혜성 등 키움 선수들을 향한 호기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지를 제공한 것도 선수들을 좀 더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싶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고형욱 단장은 "애리조나 측에서 (캠프 기간) 직접 훈련을 관전하겠다며 양해도 구했다. 외신기자들의 문의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공교롭게도 애리조나는 외야진이 약점이다. 지난해 12월 외야 보강을 위해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카일 루이스를 데려왔다. 하지만 구리엘 주니어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포수 겸 외야수로 시즌 27홈런을 때려냈던 달튼 바쇼가 팀을 떠났다. 외야 뎁스(선수층)가 두껍지 않아 이정후에 대한 관심이 더욱 눈길을 끈다. 애리조나는 SK 와이번스에서 뛰던 메릴 켈리를 영입, 2019시즌부터 팀의 주축 선발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MLB 구단 중 KBO리그를 향한 거부감이 크지 않은 구단 중 하나다.
이정후는 개인 훈련에 전념한다. 지난 9일 미국 LA로 떠난 이정후는 구단 캠프가 시작되기 전까지 따로 몸을 만들면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프로야구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시즌 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MLB 문을 노크할 예정인 만큼 의욕이 넘친다. 2월 1일부터 구단 캠프를 소화하다 2월 15일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열리는 WBC 야구대표팀 합동 훈련에 합류할 계획. 구단 관계자는 "WBC 훈련에 합류하면 그때 더 MLB 스카우트들이 몰릴 것 같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