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따뜻한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꼭두의 계절’ 속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정현)
5년전 MBC골든마우스홀에서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김정현은 없었다. 대신 시종일관 취재진의 질문에 귀 기울이고 담담히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자신의 과거 행동을 사과하며 진솔한 태도를 드러낸 배우 김정현은 자리했다.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새 금토드라마 ‘꼭두의 계절’ 제작발표회가 진행된 가운데, 백수찬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정현, 임수향, 김다솜, 안우연, 김인권, 차청화가 참석해 첫 방송을 앞둔 소감과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꼭두의 계절’은 99년마다 인간에게 천벌을 내리러 이승에 내려오는 사신(死神) 꼭두가 신비한 능력을 가진 왕진의사 한계절을 만나 벌이는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다.
백 감독은 “새해 MBC 첫 금토드라마라 부담이 많이 된다. 좋은 배우들과 함께해 영광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캐스팅 진행 과정도 들을 수 있었다. 백 감독은 “연출로 선임되기 전에 MBC 측에서 먼저 김정현을 캐스팅한 상태였다.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배우로서 존경스러운 부분이 많아 열심히 하자고 했다”며 “여린 부분이 많은 친구다. 격려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백 감독과 임수향은 지난 2011년 드라마 ‘신기생뎐’으로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백 감독은 “임수향과는 ‘신기생뎐’ 할 때 짧은 인연이 있다. 임수향과 미팅할 때 김정현도 만났다. 첫날부터 바로 친해져서 두 삶의 호흡엔 크게 걱정이 없었다”고 자신했다.
드라마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타임슬립 구성으로 진행된다. 기존 타임슬립 드라마와 구분되는 ‘꼭두의 계절’만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백 감독은 “판타지 로맨스라는 설정이 드라마 ‘도깨비’와 비슷한 부분이 있긴 하다”면서 “전형적인 설정도 많지만 다른 드라마에 비해 좀 더 동화적으로 풀었다”고 연출 포인트를 드러냈다. 이어 작품을 “어른을 위한 동화이자 애절한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라고 표현했다.
‘사생활 논란’ 후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김정현은 극 중 1인 2역을 맡는다. 이 세상 존재가 아닌 저승길의 괴팍한 인도자 꼭두 역과 필성병원 외과 교수 도진우 역을 맡아 두 캐릭터를 연기한다.
이 작품으로 2년여 만에 대중 앞에 서는 김정현은 본격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앞서 진행된 포토타임 내내 취재진을 향해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임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고 큰 소리로 외쳤다.
김정현은 오랜만 복귀에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손을 벌벌 떨며 마이크를 쥔 그는 작품 선택 이유부터 담담히 풀었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대본도 중요하지만 길다고 길고 짧다면 짧은 자숙 기간에 먼저 손 내밀어준 MBC에 감사한 마음이 있었어요. 그 시간 안에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시간을) 돌이키고 되짚어 보면서 스스로 좀 더 단단해지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시간이 될 수 있었어요. 많이 떨리네요.”
김.정.현. 이름 석 자로 인해 작품에 폐를 끼치진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며 솔직한 심정을 내비쳤다. 그는 “작품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팀에 폐가 될까 봐 우려하고 있다. 더 열심히 감사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으니 부디 예쁘게 봐줬으면 좋겠다. 잘 부탁한다”고 했다.
2년간의 자숙 기간 끝에 맞이한 촬영장도 그에게는 감사의 연속이었단다. 김정현은 “감개무량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현장에 가고 있다”며 엿띤 미소를 지었다. 이어 “여름, 가을, 겨울까지 촬영하고 있는데 늘 촬영장에서 밝게 인사하려고 한다. 될 수 있으면 (스태프) 이름을 불러 가면서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현장 가는 게 재미있다. 에너지가 올라올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이를 듣던 김인권은 “신 살리는 데는 김정현이 최고다”고 극찬했다.
임수향은 극 중 좌충우돌 응급의학과 전문의 한계절 역을 맡아 김정현과 애틋하고 유쾌한 러브라인 케미스트리를 이룬다. 임수향은 “판타지 로맨스를 하고 싶었다. 꼭두라는 설정 자체도 흥미로웠고 대본이 좋았다”며 출연 결정 이유를 밝혔다. 더불어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임수향에게 ‘꼭두의 계절’은 첫 사극 도전작이다. 임수향은 “‘신기생뎐’ 때 한복을 입어서 사극을 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첫 사극 도전이다. 너무 재미있었다”는 소감을 드러냈다.
연말 시상식 ‘베스트 커플상’을 노릴 만큼 두 사람은 연기 호흡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임수향은 “연말 시상식에서 베스트 커플상을 받고 싶다. 대사가 많다 보니 우리 둘의 케미가 중요한 작품이다”며 “정현이가 워낙 연기를 잘하고 잘 받아줬다. 꼭두를 맛있게 잘 살려줘서 기대할 만하다”고 훈훈한 케미스트리를 자랑했다. 이를 듣던 김정현은 “임수향이 파트너로서 안정적 연기를 해준다. 천방지축 꼭두가 극과 극으로 왔다갔다 하는데 임수향이 중심을 안 잡아줬다면 밸런스가 무너졌을 것이다”고 화답했다.
제작발표회가 진행된 현장은 5년 전 MBC 드라마 ‘시간’ 제작발표회가 진행된 곳이었다. 당시 ‘시간’ 출연자였던 김정현은 상대 배우인 서현의 팔짱을 거부,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일관해 태도 논란을 일으켜 대중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5년 만에 같은 현장에서 다른 작품을 소개하게 된 김정현에게 이 장소는 어떤 의미로 남아 있을까. 김정현은 “이곳을 5년 만에 온다. 미리 와서 이곳저곳 홀을 둘러봤다”며 “당시 기억은 잘 없고 낯설기도 하다. 동료들이 많은 응원을 줬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여러 표현이 있겠지만 감사하다는 마음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내 마음속에 빛나는 단어는 감사함”이라고 진중히 답했다. 시청자에게 주고픈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부족한 게 있고 채워지지 못한 게 있다면 더 노력해서 성숙하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다. 열마디 말보다 좋은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현답했다.
시청률에 관한 이야기도 오갔다. 앞서 전작 ‘금혼령’은 5% 시청률을 넘지 못하고 퇴장했다. 백 감독은 “(시청률)은 신의 영역인 것 같다. 부담이 많이 된다. 5%를 넘기면서 점진적 우상향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소망했다.
지난해 ‘놀면 뭐하니?’에서는 유재석, 정준하, 이미주가 ‘꼭두의 계절’ 촬영 현장에 나가 연기에 도전하는 모습이 공개된 바 있다. 당시 촬영 분위기는 어땠을까. 백 감독은 “보조 출연 알바로 왔다. 생각보다 촬영이 빨리 진행됐다”며 “NG가 몇 번 있었는데 촬영 스케줄에 지장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독려했다.
끝으로 배우들은 작품을 이같이 소개했다. “극 중 한여름에 눈이 많이 오는데요. ‘꼭두의 계절이’ 그런 기적 같은 선물로 다가가겠습니다.” (임수향), “추운 겨울 따뜻한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그 시간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