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은 지난 4일 최종 엔트리(30인)가 확정됐다. 하지만 최종 엔트리에 포함한 선수들이 모두 대회에 나설 수 있을지 미지수다. 최지만(피츠버그 파이리츠)만 하더라도 아직 소속 팀의 출전 허락을 받지 못한 상태. 그뿐만 아니라 현역 빅리거들의 대표팀 합류 시점에도 물음표가 찍혀 100% 전력으로 훈련을 소화하기 쉽지 않다. 프로야구 안팎에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예비 엔트리 개념으로 몇몇 선수를 대표팀 훈련에 포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축구대표팀이 27번째 선수로 오현규(셀틱)를 활용한 게 좋은 예다. 오현규는 월드컵 최종 엔트리(26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27번째 예비 멤버로 카타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시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안와골절 수술을 받은 손흥민(토트넘)이 뛰지 못할 경우 오현규로 공백을 메우려 했다.
손흥민이 빠르게 회복하면서 오현규의 경기 출전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는 대회 내내 대표팀과 함께 훈련하면서 비상 상황에 대비했다. WBC 대표팀으로선 최지만의 출전 불발 등에 대비, 오재일(삼성 라이온즈)이나 채은성(한화 이글스) 같은 자원들이 '31번째 선수'로 미국 애리조나 대표팀 훈련을 소화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최지만이 빠지면 대표팀에는 전문 1루수가 박병호(KT 위즈) 한 명뿐이다. 원활하게 훈련하려면 '백업 자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예비 멤버' 관련 질문에 대해 이강철 감독은 "그런 건 안 하기로 했다. 가는 선수가 민망하지 않겠냐"며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월드컵과 다른 WBC의 특수성도 고려했다. 카타르 월드컵은 K리그 일정이 모두 끝난 지난해 11월 개막했다. 당시 수원 삼성 소속이던 오현규로선 대회를 준비하는 데 부담이 크지 않았다.
WBC는 다르다. 대회가 3월에 열리고 프로야구 개막은 4월 1일이다. 대회를 준비하는 2월은 구단 스프링캠프 기간과 겹친다. 자칫 '예비 멤버'가 대회에 나서지 못하면 시즌 준비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강철 감독은 "(구단 캠프에서) 시즌을 대비해야 하는데 경기도 못 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완전히 잘못된 거다. (국내 리그 일정이 끝나고 열린) 월드컵하고 다르지 않냐"며 "그 생각은 했는데 (선수한테) 너무 과한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강철 감독은 30인 최종 엔트리를 두고 "최고의 선수들로 뽑았다"고 자평했다. 부상이 나오지 않는 이상 최종 엔트리를 대회 내내 교체하지 않을 전망이다. 최지만도 마찬가지다. 최지만은 현재 소속팀과 연봉 계약을 완료하지 못했다. 2023시즌 연봉으로 540만 달러(67억원)를 요구, 465만 달러(57억원)를 제시한 구단과 맞서고 있다. 계약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WBC 참가가 쉽지 않다.
대회 전에는 최지만의 연봉 계약이 끝나겠지만 대표팀 합류 시점이 밀리는 게 부담이다. 이강철 감독은 "곧 결정이 나는 거로 알고 있다"며 "연봉 조정 신청을 한다고 할 때부터 (대안을) 준비하고 있었다. 혹시 잘못되면 대체 선수를 어떻게 뽑을지 준비를 해놨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건 최종 엔트리 유지다. 이 감독은 "지만이가 오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