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국(50) KIA 타이거즈 감독은 지난해 부임 뒤 처음 지휘하는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무한 경쟁'을 예고했다. 최형우(지명타자) 김선빈(2루수) 등 기존 주축 선수와 새로 가세한 나성범(우익수) 소크라테스 브리토(중견수)의 자리는 정해진 것처럼 보였지만, 선수단 내 긴장감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포수와 3루수 그리고 좌익수 경쟁은 특히 치열했다. 그 결과 신인 내야수 김도영이 10년 차(2022년 기준) 류지혁을 제치고 개막전 선발 3루수로 나섰다. 시범경기부터 주목받은 신예 김석환은 주전 좌익수를 차지했다. 선발 포수는 김민식(현재 SSG 랜더스)이 맡았다.
하지만 김도영과 김석환은 개막 한 달 동안 1할대 타율에 그치며 김종국 감독의 파격적인 용병술에 부응하지 못했다. 김민식은 KIA가 '공격형 포수' 박동원을 영입한 뒤 트레이드 카드로 쓰여 SSG로 이적했다.
2022시즌 기량이 좋아진 황대인은 1루수, 박찬호는 유격수 자리를 각각 확보했다. 1년이 지난 뒤에도 KIA가 주전을 찾아야 할 포지션은 지난해와 같다. 내달 1일(한국시간)부터 미국 애리조나(투산)에서 열리는 스프링캠프 화두는 포수·3루수·좌익수 경쟁이다.
빈자리는 같지만, 경쟁 구도와 목표는 1년 전과 차이가 있다. 3루수는 1년 전보다 입지가 탄탄해진 류지혁이 조금 앞선 출발선에서 경쟁을 시작한다. 그는 2022시즌 데뷔 뒤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웠고, 나쁘지 않은 타율(0.274)을 남겼다. 3루수로 785와 3분의 2이닝을 소화했는데, 특정 포지션 기준으로 개인 최다 기록이었다.
유격수를 박찬호에게 내준 김도영은 프로 데뷔 2년 차에 주전 3루수를 노린다. 그의 무기는 잠재력이다. 지난해는 강점으로 평가된 콘택트와 주루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기(8~10월) 출전한 27경기에 타율 0.294 장타율 0.451를 기록, 타율 0.281 장타율 0.372를 남긴 류지혁에 밀리지 않는 성적을 남겼다.
KIA가 선발 투수 한승혁을 한화 이글스로 보내고 영입한 5년 차 '거포 유망주' 변우혁도 주전 3루수 경쟁 다크호스다. 2019년 1차 드래프트에서 지명될 만큼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한화 시절 그는 노시환과 함께 가장 큰 기대를 받던 선수다.
안방은 한승택이 주전으로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시즌 주전 포수를 맡았던 박동원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LG 트윈스로 이적했고, 김민식도 없다. KIA가 신인 지명권(2024년 2라운드)을 주고 영입한 주효상은 포수로 400이닝(단일시즌 기준) 이상 소화한 시즌이 한 번도 없다.
KIA는 맷 윌리엄스 감독 체제였던 2020~2021년, 김민식과 한승택을 번갈아 선발 포수로 기용했다. 결과 없는 경쟁 탓이었을까. 두 선수는 모두 성장하지 못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한 선수를 낙점하고 꾸준히 출전 기회를 부여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좌익수는 시즌 초반(4~5월) 자리를 지킬 선수를 찾는 경쟁이다. 최원준이 복귀하면 그가 외야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원준은 2020시즌 타율 0.326를 기록하며 팀 리드오프를 맡았던 선수다. 현재 상무 야구단에서 복무 중인 그는 6월 초 전역한다. KIA는 수비력도 좋은 최원준의 최적 포지션을 중견수나 우익수로 보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좌익수로 옮길 가능성이 있다.
지난 시즌 타율 0.301을 기록한 이창진, 호주리그에서 경험을 쌓은 김석환, 수비가 좋은 김호령이 '단기 주전'과 '백업 1옵션'을 노린다. 한 명은 2군으로 밀릴 수 있다. 주전 다툼보다 더 치열한 생존 경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