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기는 현재 전라남도 영암 스포츠파크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중·고등학생들이 주로 훈련하는 시설이지만 주변 시선을 신경 쓸 틈이 없다. 그는 본지와 통화에서 "(집이 있는) 인천에서는 체력훈련밖에 할 수 없어서 2주 전쯤 여길 찾았다. 운동에만 집중하려고 일부러 차를 놓고 왔다"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스프링캠프를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일찍 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매년 2월 1일 캠프를 시작한다. 코로나 확산 탓에 불발됐던 국외 캠프가 올해는 3년 만에 재개했다. 많은 선수가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이명기는 아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권리를 행사한 그는 아직 어느 팀과도 계약하지 못했다. 이명기는 "2월 1일 캠프를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훈련하며 준비했는데 계약이 되지 않았다"며 "처음엔 막연하게 생각했다. 2월로 넘어가니까 뭔가 쫓기는 것도 사실"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FA 시장의 냉기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2008년 데뷔한 이명기의 KBO리그 통산 타율은 0.3067(3577타수 1097안타)이다. 300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 중 역대 타격 18위. 리그 최고 안방마님 양의지(두산 베어스·0.307)와 큰 차이 없다. 이명기는 2017년부터 4년 연속 130안타를 기록, 2017년 KIA 타이거즈, 2020년 NC의 한국시리즈(KS) 우승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지난 시즌 부진(94경기 타율 0.260)으로 가치가 떨어졌지만 'FA 미아'를 걱정할 정도의 수준까진 아니었다. 35세 이상 FA라서 FA 등급이 C라는 점도 호재였다.
프로야구 FA 시장에선 A 등급 선수를 영입하면 원소속팀에 보호 선수 20명 외 1명과 전년 연봉의 200%를 보상해야 한다. 현금만 원할 경우 전년 연봉의 300%. B 등급은 보호 선수 25명 외 1명과 전년 연봉 100% 혹은 현금 보상만 하면 전년 연봉의 200%를 건네야 한다. 반면 C 등급은 전년 연봉의 150% 보상만 하면 된다. A·B 등급 선수와 비교하면 보상액이 크지 않고 선수 보상이 없다는 게 강점이다. 이명기의 지난 시즌 연봉은 1억7500만원이었다. 그런데 잔류도 이적도 쉽지 않다.
일찌감치 외야를 보강한 NC는 "사인 앤드 트레이드(사트·계약 후 이적)를 포함해 적극적으로 선수들의 길을 열어주겠다"고 공언했다. 이명기는 보상금 규모가 이적을 결정할 핵심이다. 어느 구단과 계약하더라도 연봉이 지난해보다 깎일 가능성이 큰데 보상금이 2억6250만원에 이른다. 자칫 배(연봉)보다 배꼽(보상금)이 더 클 수 있다. 선수 측은 보상금을 조금 낮춰주길 희망한다.
이명기는 "야구할 수 있는 팀이라면 조건(연봉)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어느 팀이라도 오퍼(제안)가 오면 잘할 자신 있다"며 "현재 몸 상태는 100%다. 예년보다 더 빨리 준비해 캠프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을 정도다. 보탬이 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성적이 떨어진 건 (방역 지침 위반 징계로) 시즌 중반 복귀했던 영향이 컸다"며 "떨어진 성적에 대해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 더 간절하게 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