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의 2023시즌 연봉은 5억원이다. 전년 대비 66.7%(2억원)가 오르며 간판스타 외야수 이정후(11억원)에 이어 팀 내 연봉 2위가 됐다. 키움 선수 중 연봉이 2억원 이상 인상된 건 이정후(3억5000만원 인상)와 투수 안우진(2억원 인상) 그리고 이지영까지 3명뿐이다.
이지영의 연봉이 눈길을 끄는 건 그가 ‘일반 재계약 대상자'였기 때문이다. 이지영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2019년 11월 사인한 자유계약선수(FA) 3년 계약이 만료됐다. FA 자격 재취득(4년)까지 1년이 부족, 2023년은 일반 연봉 계약을 해야 했다. 30대 후반의 적지 않은 나이,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에 노출되기 쉬운 포지션 특성상 좋은 조건을 제시받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기우였다. 오히려 FA 계약 기간 연봉(3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아냈다. 5억원은 개인 한 시즌 최다 연봉이다.
이지영은 '2020년 FA 1호 계약'의 주인공이었다. 당시 원소속팀 키움과 속전속결로 협상했다. 계약 기간 4년을 요구하며 버틸 수 있었지만, 그는 소모전을 피했다. 그 결과 3년, 최대 18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 옵션 최대 6억원)에 빠르게 사인을 마쳤다. 옵션을 빼면 보장 금액이 12억원까지 줄어든다. 수십억 원이 오가는 FA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비교적 낮은 금액이었다. 김치현 당시 키움 단장은 "재지 않고 자주 통화하면서 빠르게 조건을 맞춰 나갔다"고 말했다.
이지영은 FA 계약 기간 키움 안방을 든든하게 지켰다. 지난 시즌에는 137경기 출전, 타율 0.267(420타수 112안타) 2홈런 37타점을 기록했다. 7년 만에 세 자릿수 안타를 때려내며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눈에 띄는 화려한 성적은 아니지만 어린 투수진을 이끌며 공수에서 모두 기여도가 높았다. 수비 이닝이 994와 3분의 2이닝으로 유강남(롯데 자이언츠·1008과 3분의 1이닝)에 이어 리그 2위, 도루 저지도 33회로 최재훈(한화 이글스·34회) 다음으로 많았다. 도루 저지율은 33%로 양의지(두산 베어스·42.2%) 박동원(LG 트윈스·36.1%)에 이어 3위였다. 안방에 여유가 생긴 키움은 시즌 중 또 다른 포수 박동원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 취약 포지션을 강화했다.
이지영의 활약은 포스트시즌(PS)에서 압권이었다. KT 위즈와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부터 SSG 랜더스와 한국시리즈(KS) 최종 6차전까지 키움이 치른 PS 15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안방을 지켰다. 플레이오프(PO)와 KS에선 10경기를 다 '풀타임'으로 뛰었다. 나이를 잊은 존재감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엔트리 승선으로 연결, 서른일곱 살에 프로 첫 태극마크까지 달게 됐다. 유강남·박동원을 비롯한 쟁쟁한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이지영에 대해 "지난해 KS는 PS를 보면서 나이가 있지만 잘 움직이더라. 진갑용 배터리 코치랑 상의했다. 기본적으로 열심히 하고 성실하다. 실력으로도 빠지지 않는 선수"라고 말했다.
이지영은 꽤 긴 시간 '백업 포수'로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 부쩍 영향력이 달라졌다. 한 구단 관계자는 "FA 계약 후 성적이 급락하는 선수가 적지 않은데 이지영은 예외였던 거 같다. 나이와 계약 총액을 고려했을 때 활약이 '알짜'다. 모범 FA"라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