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간판타자 나성범(34)은 그동안 국가대표팀과 인연이 깊지 않았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 프리미어12에 출전했지만, 이후 열린 국제대회에는 나서지 못했다. KBO리그 성적은 좋았다. 그러나 그의 주 포지션인 우익수 경쟁이 항상 치열했다.
8년 만에 기회가 왔다. 나성범은 오는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했다. 그는 2022시즌 출전한 리그 144경기에서 타율 0.320 21홈런 97타점을 기록하며 활약했고,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며 리그 최고 외야수로 인정받았다. 이번 WBC 대표팀에서도 주전 우익수를 맡을 전망이다.
나성범은 "(2015년 프리미어12 이후) 국제대회 때마다 대표팀에 뽑히고 싶었지만, 번번이 안 됐다. WBC 참가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엔 정말 간절했다. 14일 시작하는 대표팀 훈련은 처음 뽑혔을 때만큼 긴장될 것 같다. 물론 기대감이 더 크다"라고 웃어 보였다.
역대 대표팀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우익수는 이진영(현 SGS 랜더스 코치)이다. 그는 '숙적' 일본전에서 유독 빛났다.
2006년 열린 WBC 1라운드에선 한국이 0-2로 지고 있던 4회 말 2사 만루 위기에서 일본 니시오카 쓰요시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캐치 하며 실점 위기를 막았다. 이어진 일본과의 2라운드 재대결에서도 2회 말 2사 2루에서 투수 박찬호가 사토자키 도모야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이진영이 정확한 홈 송구로 2루 주자였던 이와무라 아키노리를 잡아냈다.
이진영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전 7회 말 일본 마무리 투수 후지카와 큐지를 상대로 동점 적시타를 쳤다. 2009년 WBC 2라운드에선 일본 에이스였던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1회 2타점 안타를 때려내며 타석에서도 해결사 역할을 했다. 이진영은 '국민 우익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나성범이 '국민 우익수' 계보를 이어줄지 관심이 모인다. 일본전은 공격만큼이나 수비력이 중요하다. 이번 WBC에 최정예로 나서는 일본은 현재 메이저리그(MLB) 아이콘 오타니 쇼헤이, 올겨울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한 요시다 마사타카, 2022시즌 일본 리그 홈런왕(56개) 무라카미 무네타카 등 왼손 강타자들이 즐비하다. 이들이 당겨쳐 만든 오른쪽 타구를 잘 막아는 게 관건이다.
나성범은 상대 주자를 묶어놓는 강한 어깨를 갖춘 선수다. 타구 커버 범위도 넓은 편이다. 2022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비 이닝(1131과 3분의 2)을 소화하기도 했다.
나성범은 2020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MLB 문을 두들겼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얼어붙은 시장 여파로 고배를 마셨다. 이후 KIA와 4년 계약하며 사실상 빅리그 도전 꿈을 접었다. 그런 나성범이기에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상대할 수 있는 이번 WBC가 특별하다.
나성범은 "내가 (선발 우익수로) 출전할지 장담할 수 없지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과 호흡하는 것도 오타니 같은 빅리거들과 대결하는 것도 모두 재밌을 것 같다. 한국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내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나성범은 현재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서 소속팀 KIA의 1차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있다. 14일에는 대표팀에 합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