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는 지난해 외국인 선수 계약에서 '중박' 이상을 거뒀다. KBO리그 2년 차 윌머 폰트(13승 6패 평균자책점 2.69)는 에이스로 거듭났다. 이반 노바와 케빈 크론은 시즌 중 부진으로 교체됐지만, 대체 선수가 모두 활약했다. 숀 모리만도(7승 1패 평균자책점 1.67)와 후안 라가레스(타율 0.315 6홈런)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기여했다.
검증된 외국인 선수들과 1년 더 함께할 수 있으나 SSG는 전면 교체라는 모험을 선택했다. 폰트 대신 애니 로메로(32)를 영입했고, 모리만도의 자리는 커크 맥카티(28)가 채운다. 외국인 타자로는 라가레스와 같은 외야수인 기예르모 에레디아(32)와 계약했다.
외국인 선수는 구단의 한 해 농사를 좌우한다. 그래서 검증된 외국인 선수, 특히 검증된 외국인 에이스였던 폰트의 가치가 컸다.
빈자리 이상으로 새 선수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한 SSG 관계자는 “로메로는 왼손 폰트, 맥카티는 모리만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기대치”라며 교체 이유를 설명했다.
1선발 기대를 받는 로메로는 아시아 야구 경력자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데뷔한 그는 최근 4년 동안 일본프로야구(통산 17승 19패 평균자책점 3.60)에서 뛰었다.
SSG가 로메로의 활약을 기대하는 이유는 '탈 KBO리그급' 구위 때문이다. 로메로는 최고 시속 164㎞의 강속구를 자랑한다. SSG 관계자는 "지난해 폰트가 직구 구위를 믿고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를 보고 던지는 투구(pounding)로 효과를 봤다. 로메로도 직구 스트라이크만 잘 던지면 타자가 공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폰트 말고도 비교 대상이 있다. SSG 관계자에게 역시 시속 160㎞를 던졌던 로버트 스탁(전 두산 베어스)과 비교해 달라고 하자 "직구 구위는 비슷하다. 다만 왼손 투수라는 장점이 있고, 변화구도 조금 더 나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로메로의 주 무기는 슬라이더와 서클 체인지업이다. 직구와 슬라이더만 구사하던 스탁에 비해 무기가 많다.
맥카티의 페이스도 순조롭다. 맥카티는 지난달 29일 진행한 불펜 투구에서 최고 시속 146㎞의 패스트볼을 뿌렸다. 조웅천 투수 코치도 맥카티를 두고 “직구의 힘이 좋다는 느낌을 받았고 주 무기인 커터·슬라이더의 움직임도 좋았다. 전체적으로 제구가 안정적이고 구위도 좋다”고 호평했다.
SSG는 두 투수의 기량을 걱정하지 않는다. 유일한 변수는 내구성이다. 로메로는 지난 2020년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한 바 있다. 일본 매체 베이스볼킹은 “로메로는 일본에서 풀타임 시즌을 치러본 적 없다”고 지적했다. 맥카티 역시 KBO리그 규정 이닝(144이닝)을 넘겨본 건 2018년(146과 3분의 1이닝)가 전부다.
이닝 이터로서는 폰트 만큼 해내기 쉽지 않다. 폰트는 지난해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16회로 리그 1위를 기록했다. 불펜이 취약했던 SSG는 폰트 등판일만큼은 필승조 소모를 최소화했다.
올해는 다르다. 로메로와 맥카티 모두 폰트보다 일찍 마운드를 내려올 가능성이 크다. 불펜진도 마무리 김택형의 입대로 인해 약해졌다. 김원형 SSG 감독에게 새로운 카드에 맞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