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지난 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캐롯과 홈 경기에서 96-83으로 승리했다. 최근 2연패에 빠지며 페이스가 주춤했던 SK는 이날 승리로 4위(21승 16패)를 지켰다.
SK는 이날 상대였던 캐롯과 팀 스타일이 상당히 다르다. 뎁스(선수층)는 단연 SK가 우위다. 지난해 우승팀답게 자밀 워니(평균 23.1점·득점 1위) 최준용, 김선형 등 올스타급 주축 선수들을 자랑한다. 팀 평균 득점도 83.8점으로 리그 1위다. 특유의 빠른 농구(팀 속공 평균 5.8개·1위)를 올 시즌에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캐롯의 팀 스타일이 독특하다. 캐롯은 전성현과 이정현을 중심으로 3점 슛을 몰아친다. 팀 3점 슛 평균 12.3개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캐롯이 '긁히는 날'에는 이길 도리가 없다. 캐롯은 지난해 12월 17일 SK와 맞대결에서 21개의 3점 슛을 꽂아 넣기도 했다. 당시 전희철 SK 감독은 "잠을 못 잤다. 머릿속에서 3점 슛 21개가 계속 들어갔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날은 달랐다. SK의 주 무기는 통했고, 캐롯의 주 무기는 막혔다. 캐롯이 3점 슛 성공률 33%로 묶인 사이, SK는 속공으로만 20점을 뽑았다. 승리 중심에는 속공 사령관 '플래시 선' 김선형이 있었다. 그는 19점 3리바운드 12어시스트로 더블더블로 맹활약을 펼쳤다.
30대 중반 나이가 믿기지 않는 스피드가 이날도 통했다. 김선형은 재빠른 속공으로 팀 동료들에게 득점 기회를 줬고, 장기인 속공 레이업도 연달아 터뜨려 직접 해결도 해냈다. 그가 벤치로 물러난 사이 팀이 추격당했던 건 여전한 그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김선형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팀이 2연패 하면서 최근 경기력이 안 좋았다. 오늘은 SK 선수들이 다 같이 해보자고 생각했고, 감독님도 그렇게 얘기해주셨다”며 “그 집념이 오늘 나온 것 같다. 선수들이 초반부터 내 패스를 받아 득점으로 잘 연결해준 덕분에 어시스트가 많이 나온 것 같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호랑이 코치' 시절부터 김선형과 함께했던 전희철 감독의 따끔한 질책도 통했다. SK는 1일 창원 LG전에서 17점 리드를 지키지 못해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턴오버 12개를 범했는데, 김선형이 4쿼터 클러치 상황에서 4개를 기록했다. 전 감독에게 혼쭐이 난 김선형은 "감독님께서 그렇게 화내시는 건 내가 선수 생활하면서 많이 못 봤다”며 웃었다.
SK는 캐롯의 3점 폭격에 휘말리지 않고, 속공 농구를 펼쳐 이겼다. 김선형은 “일단 3점 슛을 맞지 말자고 얘기했다. 저쪽에서 3점을 넣어도 우리가 좋아하는 속공을 하면 되니까 주눅들지 말자고 했다”고 돌아봤다.
SK는 이날 승리로 2위 쟁탈전을 더 뜨겁게 만들었다. 3위 울산 현대모비스와 승차를 1.5경기로 유지했고, 2위 LG와의 승차도 2.5경기로 줄었다. 다만 빡빡한 일정이 변수다. 앞으로 2주 동안 7경기가 SK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