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각자 전지훈련 장소에서 담금질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중단된 지 3년 만에 개최되는 해외 스프링캠프다. 사령탑도 선수들도 표정에서 기대감이 엿보인다.
각 구단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신인 선수는 총 21명이다. 물론 뚜껑을 열어본 뒤 새로운 선수가 등장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한화 이글스 김서현과 KIA 타이거즈 윤영철이 가장 관심을 끈다. KBO가 1차 지명을 없애고 전면 드래프트를 실시한 이번 드래프트에서 김서현은 전체 1라운드 1순위, 윤영철이 1라운드 2순위에 각각 뽑혔다. 지난달 미국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계약한 심준석까지 셋은 고교 빅3로 통했다.
아마추어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김서현과 윤영철에 대한 평가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확실히 앞섰다. 필자 역시 두 선수가 올해 어떤 활약을 펼칠지 너무 궁금하다. 현재까지 평가와 기량만 놓고 보면 1군에서 첫선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김서현과 윤영철은 지난해 제30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대표팀 마운드를 책임졌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최재호 강릉고 감독은 '구속은 김서현이 훨씬 빠르다. 다만 윤영철은 김서현에 비해 구속이 느려도 제구력과 좌우 코너워크, 경기 운영이 더 낫다'고 평가하더라.
스리쿼터형 투수인 김서현은 벌써 직구 최고 시속 155.7㎞를 찍었다. 직구 평균 구속도 꾸준히 시속 150㎞를 웃돌고 있다. 투심 패스트볼과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한다. 체격 조건(신장 1m88㎝)도 좋아,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고 재학 시절 전국대회 18경기에 등판해 3승 3패 평균자책점 1.31을 기록했다. 55와 3분의 1이닝을 책임지는 동안 탈삼진 72개를 뽑았다.
충암고 출신 윤영철은 유형과 스타일이 조금 다르다. 좌완 투수인 그의 직구 스피드는 시속 140㎞대 중반으로 그리 빠르지 않다. 하지만 제구력과 디셉션(공을 숨기는 동작)이 좋다. 2022년 전국대회 15경기에서 13승 2패 평균자책점 1.66으로 활약했다. 65와 3분의 1이닝 동안 볼넷은 5개로 적었다.
올 시즌 누가 신인상을 탈 것인지 벌써 궁금하다. 아무래도 둘 중에 한 명이 받지 않을까 점쳐본다. 그만큼 고교 무대에서 '김서현이 더 낫다' '윤영철이 더 낫다'는 의견이 반반으로 갈리더라.
신인 선수가 첫 시즌부터 성공하려면 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선수 기량이 뛰어난 것도 중요하지만, 팀 공격력과 수비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어떤 보직을 맡느냐도 중요하다. 프로 입단 후 코칭을 통해 얼마만큼 기량을 발전시키느냐도 변수다. 고교 시절보다 번트 수비나 주자 견제도 가다듬어야 한다. 팀의 지원과, 선배의 도움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스프링캠프가 더욱 중요하고 의미 있다.
2006년 류현진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필자는 초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지휘봉을 잡아 전지훈련 기간 자리를 비웠다. 하지만 류현진 동산고 시절 투구 모습을 봤던 터라 WBC 대회를 마치고 팀에 돌아왔을 때 달라진 류현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자신감 있게 공을 던지고, 스피드도 증가했다. 좌우 코너워크도 향상됐다. 코치진으로부터 "괜찮다"는 평가가 계속 올라왔다. 류현진은 2006년 신인상은 물론 트리플 크라운(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을 차지했다.
아직 시즌 개막까지 두 달여 남아있다. 과연 올 시즌 누가 신인상을 받을지 눈여겨보는 것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