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2년 연속 합산 영업이익 4조원 돌파 축포를 쐈지만 정작 CEO(최고경영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연초부터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고, 구현모 KT 대표는 정치권 외풍에 연임까지 가는 길이 순탄치 않다. 업계 1위 SK텔레콤의 유영상 대표만이 대내외 리스크에서 벗어나 중장기 경영 계획을 착실히 이행해나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의 2022년 연간 영업이익은 4조3835억원으로 전년 대비 8.56% 늘었다. KT 1조6901억원, SK텔레콤 1조6121억원, LG유플러스 1조813억원의 순으로 많다. LG유플러스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조 클럽'에 입성했다.
경기 불황의 여파로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어닝 쇼크'를 기록했는데도 이통 3사는 순항했다. 상용화 4년 차에 접어든 5G 서비스가 프리미엄 요금제를 동력 삼아 '황금알'로 부상했다.
국내 5G 가입자는 올 상반기 내 3000만명 달성이 유력하다. 작년 말 기준 SK텔레콤 1339만2940명, KT 844만9258명, LG유플러스 605만9686명을 각각 확보했다. 3사 모두 5G 가입자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MNO(이동통신) 사업 수익성 지표인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는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호실적에도 LG유플러스와 KT는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지난달 발생한 고객정보 유출 사태에 이어 최근 잇달아 터진 인터넷 서비스 장애 수습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당초 21만명가량의 고객정보가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했는데, 해지고객 사례가 추가로 발견되며 29만명 규모로 불었다. 아직도 정확한 경위와 주체를 찾지 못했다.
인터넷 서비스가 먹통이 됐던 원인은 디도스(분산서비스 장애) 공격으로 결론이 났으며 재발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지난 6일 전사 위기관리TF를 가동한 황현식 대표는 네트워크부문장·CTO(최고기술책임자)·CRO(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 등 경영진과 마곡·안양 등 주요 통신 국사의 상황을 수시로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임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구현모 KT 대표는 한 달가량 남은 주주총회까지 숨을 죽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분율 9.95%의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시사한 가운데 정치권의 입김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세미나까지 열어 KT 이사회의 구현모 대표 연임 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관치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결국 KT 이사회는 9일 회의를 열고 차기 대표이사 후보를 다시 뽑기로 했다. 10일부터 사외 지원자 모집을 시작한다. 후보 명단과 단계별 심사 결과 등은 전과 달리 투명하게 공개한다. 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후보의 대표 선임이 확정된다.
경쟁사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과 달리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여유롭게 신성장 동력 발굴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이통사 CEO 중 유일하게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
특히 하늘을 나는 자동차(UAM)와 로봇에 푹 빠졌다.
미국 연방항공청(FAA)·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기체 인증을 하며 UAM 강자로 우뚝 선 미국 조비 에비에이션과 초기 상용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와 손을 잡고 'AI바리스타로봇'을 출시하며 5년 내 국내 커피로봇 시장 1위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가까운 미래는 미디어와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업계 1위 지위를 계속해서 가져가면서 새로운 영역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영상 대표에게도 고민은 있다. 회사가 성장하는 모습에 반해 주가는 연초 대비 약 1% 빠지며 지지부진하다.
유 대표는 지난해 9월 자사 뉴스룸에 올린 칼럼에서 "새로운 스토리를 쓰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과정을 진두지휘하겠다. 1년 후에는 다른 고민을 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