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포함해 유럽 대부분의 팀 스포츠는 승격과 강등이 있는 오픈 리그로 운영된다. 유럽에는 100년이 훌쩍 넘는 오랜 역사를 가진 축구 클럽이 많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클럽은 강등과 승격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 번도 1부리그에서 강등되지 않은 특별한 클럽도 있다. 그들은 누구일까?
지면 관계상 유럽의 많은 축구 리그를 얘기할 수 없다. 따라서 본 칼럼은 2023년 UEFA(유럽축구연맹) 랭킹 1~3위인 프리미어리그(EPL), 라리가, 분데스리가만 다루겠다.
59년의 역사를 가진 독일의 분데스리가는 1963년 16개 팀으로 창설됐다. 손흥민 선수의 프로 데뷔 팀이었던 함부르크 SV는 분데스리가의 원년 멤버이자, 1919년 창단된 이후 1부리그에서 강등된 적이 없는 유일한 독일 클럽이었다. 하지만 함부르크는 분데스리가에서 보낸 55시즌을 끝으로 2018년에 강등되었다. 시즌 마지막 날 17위로 강등이 확정되자, 분노한 함부르크 팬들로 인해 경기가 중단되는 등 한바탕 소란이 나기도 했다.
함부르크의 퇴장으로 인해 분데스리가에서 개근한 클럽은 자취를 감췄다. 참고로 독일 축구를 대표하는 바이에른 뮌헨은 1965~66시즌에서야 분데스리가에 합류할 수 있었다.
스페인의 라리가는 1929년 10개 팀으로 출범했다. 94년간 이어지는 역사 동안 라리가의 원년 멤버 중 한 번도 강등되지 않은 클럽은 3개다. 스페인 축구의 양대 산맥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아틀레틱 빌바오가 바로 그들이다.
이중 특히 빌바오에 눈길이 간다. 빌바오가 위치한 바스크 지역은 스페인과 프랑스의 국경지대인 피레네 산맥 근처다. 바스크인은 인종적, 관습적으로 프랑스, 스페인과 다르다. 이들은 스페인어와 완전히 다른 고유 언어를 가지고 있다. 오랫동안 스페인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이들은 무장 조직까지 만들어 저항한 역사를 갖고 있다.
독립을 갈망했던 바스크인들의 열망을 담아 빌바오는 칸테라(Cantera)라고 불리는 독특한 정책도 가지고 있다.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이 정책에 따라 클럽에는 바스크 민족 선수들만 뛸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며 규정이 점차 완화되기는 했지만,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빌바오는 제한된 선수 풀만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등 없이 라리가에서 8번 우승을 한 클럽의 성적이 인상적이다. 빌바오는 레알 마드리드(35번 우승), 바르셀로나(26번 우승), 아틀레티코 마드리드(11번 우승)에 이어 네 번째로 트로피를 많이 들어 올렸다.
바르셀로나와 비슷하게 빌바오도 축구 상업주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셔츠 스폰서십을 오랫동안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재정적 지원이 절실했던 빌바오는 결국 2004~05시즌 바스크 지방정부의 후원으로 ‘Euskadi’(바스크어로 바스크지역을 뜻함)라는 글귀를 셔츠에 새기게 된다. 이후빌바오가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바스크에 기반을 둔 석유회사와 은행이었다. 셔츠 스폰서마저도 로컬 기업을 선택한 그들의 선택이 흥미롭다.
잉글랜드의 풋볼 리그로부터 떨어져 나온 EPL은 22개 팀으로 1992~93시즌에 출범했다. 31년이라는 다소 짧은 역사 덕분에 EPL 원년 멤버 중에서 한 번도 강등된 적이 없는 클럽은 6개나 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첼시, 리버풀, 토트넘, 에버튼이 바로 그들이다.
하지만 범위를 넓혀 잉글랜드 프로축구 1부리그 전체 역사를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1888년 세계 최초의 프로 축구리그인 ‘풋볼 리그’가 잉글랜드에서 탄생했다. 1, 2차 세계대전으로 중단된 기간을 제외하면 잉글랜드 1부리그는 현재까지 124시즌을 소화했다.
표에서 보이듯이 잉글랜드 1부리그를 개근한 팀은 없다. 124년의 역사 동안 1부리그에서 가장 오래 버틴 팀은 120시즌의 에버튼이다. 3위는 리버풀 FC가 차지, 잉글랜드에서 가장 성공적인 축구 도시 중 하나가 리버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1부리그에서 연속적으로 가장 오랜 버틴 클럽은 누구일까? 아스널이다. 아스널은 1919~20시즌 이후 현재까지 97년 연속으로 1부리그에 속해 있다. 2위는 에버튼(69년 연속), 3위는 리버풀(61년 연속)이 차지했다.
에버튼은 1부리그 우승도 9번 차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0번), 리버풀(19번), 아스널(13번)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렇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잉글랜드 최고 팀 중의 하나인 에버튼이 현재 18위로 강등권에 있다. 이들이 작년에 이어 다시 한번 극적으로 강등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