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에 두 달 정도 너무 많이 아팠습니다. 거의 사경을 헤맸어요. 입원을 고려할 정도였거든요.”
정신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MBC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논란 당시 심적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를 밝혔다. 오 박사는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ENA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당시 건강이 나빠졌다”며 “거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고 털어놨다.
오 박사가 진행을 맡은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은 지난해 12월 방송에서 한 출연자가 의붓딸과 놀아주는 모습이 성추행 논란을 일으키며 시청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왜 녹화 현장에 있었던 오은영 박사는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에 대해 MBC 제작진은 “부부의 문제점 분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시청자 분들이 우려할 수 있는 장면이 방영되는 것을 세심히 살피지 못 했다”며 “오은영 박사는 약 5시간 동안 진행된 녹화 내내 남편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매우 단호하게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상당 부분 편집돼 오 박사 및 MC드이 남편의 행동에 온정적인 듯한 인상을 드린 것 역시 제작진의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오 박사 역시 사과문을 내고 “내가 마치 아동 성추행을 방임하는 사람처럼 비춰진 것에 대해 대단히 참담한 심정”이라며 “우려하는 일이 없도록 나와 제작팀이 함께 반드시 지속적으로 살피겠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오 박사는 “대중이 걱정하고 불편해한다면 설사 내 본의가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송구스럽고 죄송한 일”이라며 관련 논란을 언급했다.
논란은 일단락 됐지만 그간 여러 창구를 통해 아동청소년들의 마음을 살펴온 오 박사에겐 이 일이 대단히 뼈아팠을 터다. 그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오은영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기에 그런 질책을 하셨던 것 아니겠느냐”며 “그런 부분을 마음에 새기고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많이 아프고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오 박사는 그 모든 논란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을 향한 대중의 기대와 질책을 마주할 각오를 다졌다. 오 박사는 “(시청자들이) 아이를 너무 많이 걱정해 주더라.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는 걸 느꼈다”며 “내가 아팠던 것은 나 스스로 가슴 깊이 새기면서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선 “더 많은 시간을 제작팀과 의논하는 데 사용할 생각”이라며 “나 또한 논문과 관련 자료 등을 더 많이 읽고 방송에서 그런 내용들을 제시하겠다. 나의 입장과 방송을 최종적으로 만들어내는 방송국의 입장이 완전히 같을 순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보는 대중이 더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오은영은 매주 화요일 오후 방송되는 ENA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게임’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