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빈은 지난 11일 훈련을 끝으로 소속팀 스프링캠프 훈련을 마치고 호주를 떠났다. 오는 3월 열리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훈련이 진행될 미국 애리조나로 이동하기 위해서다. 15일 애리조나에 집결한 대표팀은 이제 본격적으로 대회 준비에 들어간다.
두산에서는 곽빈에 더해 정철원, 양의지까지 3명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두산 선수가 8명이나 승선, '국대 베어스'로 불렸던 걸 떠올리면 적은 수다. 두산의 팀 성적(2022년 9위) 역시 그때만 못하다.
그래도 세 선수에 대한 기대치가 크다. FA(자유계약선수) 역대 최고액(4+2년 152억원)을 기록한 양의지는 이번에도 확고한 주전 포수다. 지난해 신인왕인 정철원은 강속구 불펜으로 쓰임새가 많다.
WBC 대표팀 선발 투수들의 2022년 직구 평균 구속.
성인 대표팀에 처음 선발된 곽빈을 향한 기대도 크다. 곽빈은 지난해 최고 시속 155㎞를 기록했던 파이어볼러다. 최고 구속만 본다면 이번 대표팀에서 고우석, 정우영과 함께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선발 투수 중에는 단연 1위다.
강속구 투수 곽빈의 임무가 막중하다. 이강철 감독은 이번 대표팀 투수진을 다양한 유형으로 구성했다. 곽빈과 함께 김광현·양현종·박세웅·고영표·원태인·소형준·구창모·이의리·김윤식 등 총 10명이 선발로 기용될 수 있다. 이들은 저마다 경험도, 유형도 다르다.
이강철 감독은 대표팀 선발 후 "김광현과 양현종은 중요할 때 기용하겠다. 중간이나 마무리로 나갈 수 있다. 투구 수 제한이 있으니 좋은 선수들을 중요한 순간에 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강철 감독의 말로 추론한다면 곽빈은 선발로 나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국제대회 경험이 없는 그로서는 승부처에 나서는 것보다 처음부터 던지는 게 부담이 덜하다. 이미 불펜에는 파이어볼러가 여럿 있다. 이번 대표팀에는 안우진이 선발되지 않은 탓에 강속구 선발 투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있다. 곽빈은 그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카드다. 변화구 구사 능력이 필요한 상대라면 베테랑이 중용되겠지만, 직구 구위로 제압해야 하는 경기라면 곽빈이 최선의 선발 카드다.
이미 구위는 충분히 올라왔다. 대표팀 선발 후 본지와 인터뷰에서 "가서 잘할 수 있도록 몸을 만들고 준비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약속한 바 있다. 컨디션은 이미 최상이다. 곽빈은 지난 10일 훈련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두산 구단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그는 이날 직구 최고 시속 149㎞를 기록했다. 캠프에서 기록한 최고 스피드도 시속 152㎞에 달한다. 당장 마운드에 올라도 충분한 수준이다.
두산 베어스 곽빈.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팀 동료들도 곽빈의 구위에 엄지를 세웠다. 이날 진행한 라이브 배팅에서 두산 주축 타자들은 곽빈을 상대로 좋은 타구를 만들지 못했다. 양석환에게만 초구 안타를 허용했을 뿐 김재호·양의지 등 다른 타자들은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그라운드 밖에서 곽빈의 투구를 지켜본 양석환 등 팀 선배들은 그를 두고 "역시 WBC 대표팀 선수는 다르다." "곽타니(곽빈+오타니 쇼헤이)"라며 구위를 치켜세웠다.
곽빈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 구단과 영상 인터뷰를 통해 “우리 두산 선수가 잘한다는 걸 보여줄 수 있게 노력하겠다. 나라를 위해 최선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성적만큼 건강도 중요하다. 곽빈은 지난 2018년 10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후 약 2년 반이 흐른 2021년에야 마운드로 돌아왔다. 대표팀에 선발됐을 때 "'(재활훈련 기간이었던) 3년의 시간을 정말 잘 이겨냈다'고 나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다"고 떠올릴 정도였다. 복귀 후 두 시즌을 건강하게 마무리한 곽빈은 "다치지 않고 잘 돌아오겠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