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정은원이 미국 애리조나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 중 송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성장통을 겪었던 정은원(23·한화 이글스)이 공·수를 두루 갖춘 2루수로 돌아올 수 있을까.
정은원은 지난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그는 지난 2021년 타율 0.283 출루율 0.407을 기록하고 2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그러나 2022년 타율 0.274 출루율 0.377에 그쳤다. 골든글러브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태극마크는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에게 돌아갔다.
장점인 타격이 흔들리긴 했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다. 4월 타율 0.213 출루율 0.286로 부진했을 뿐, 나머지 기간은 타율 0.286 출루율 0.395로 활약했다. 문제는 수비다. 지난해 실책 17개(2루수 최다 2위)로 커리어 최다를 기록했다.
수비는 본래 정은원의 최고 강점이었다. 인천고 시절에도 장타력이 떨어졌던 그가 3라운드(전체 24순위)라는 높은 순번에 지명된 것도 이정훈 당시 한화 스카우트 팀장이 그의 수비를 높게 봤기 때문이다. 한용덕 전 한화 감독도 그의 수비가 프로에서 통할 거라고 보고 1군에 올렸다.
주전이 됐어도 정작 1군에서 성장이 정체했다. 아직도 좋은 수비수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선수도 아쉬움을 크게 느낀다. 정은원은 지난 시즌 종료 후 본지와 인터뷰에서는 “올 시즌 수비에서 실수를 많이 했다. 훈련할 때 더 신경 쓰고, 기본적인 수비도 빠르게 잘해내야 했다”며 “우리 내야수들의 실책이 많았고 그 중심에 내가 있었다. 조성환 수비 코치님이 두산으로 떠나신다고 했을 때 죄송했다”고 떠올렸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인 정은원은 수비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최윤석 수비 코치와 수비 훈련 후에는 추가 펑고를 자처하기도 한다. 구단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정은원이 풀고자 하는 숙제는 2루 토스와 포구 자세다. 그는 최 코치에게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데 억지로 토스하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또 "(포구를 준비할 때) 타구 바운드가 잘 안 보이고, 대처가 안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다. 내 스스로 (수비 때) 편해야 하는데,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아 어렵다"고 털어놨다.
한화 이글스 정은원이 미국 애리조나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 중 토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답은 결국 멘털로 수렴한다. 최윤석 코치는 정은원에게 "지금 수비 자세가 이상해서 고치라고 하는 게 아니다. 조금 더 좋은 밸런스로 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최 코치는 또 "기본적인 능력은 있으니, 충분히 바뀔 수 있다. 자꾸 (네 수비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러면 심리적으로 더 불안해질 수 있다. 뭘 어떻게 하려 하지 말고 좋은 밸런스로 하려고 하자"고 조언했다.
한화는 수비까지 갖춘 정은원이 필요하다. 한화는 주전 유격수 하주석이 지난해 음주운전 징계로 70경기 출전 정지를 받았다. 시즌의 절반을 그 없이 내야진을 꾸려야 한다.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오선진은 전문 유격수가 아니다. 수비 범위가 넓고 경험 많은 내야수가 전무하다.
지난해 정은원은 한화에서 가장 많은 수비 이닝을 소화한 내야수다. 리드오프로서 타선을 이끄는 것처럼, 내야 수비에서도 리더가 돼야 한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그의 스텝업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