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여제' 김연경(35·흥국생명)의 2022~23시즌 중간 성적표다.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자랑 중인 그가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
김연경은 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페퍼저축은행과의 홈 경기에서 팀 내 최다인 19득점과 63.33%의 높은 성공률을 기록, 세트 스코어 3-0(25-17, 25-18, 25-19) 승리를 이끌었다. 승점 63을 올린 흥국생명은 시즌 개막 후 단 한 번도 1위를 놓친 적 없는 현대건설(승점 61)을 끌어내리고 선두로 올라섰다.
당연히 수훈 선수는 김연경이었다. 취재진과 인터뷰를 나누던 중 최근 퍼진 은퇴설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김연경은 취재진을 향해 "제가 어떡해야 할까요? 은퇴해야 할까요?"라고 한 차례 되물었다. 김연경은 이내 자기 생각을 숨기지 않고 시원하게 밝혔다. "은퇴 생각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다."
전성기가 지났지만, 김연경은 여전히 리그 최고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와 리시브, 리더십까지 여전하다. 지난달 말 올스타전 최우선수수(MVP)에 뽑힌 후 밝혔듯이 "정규리그 MVP 등 (개인과 팀) 성적이 좋아서 상을 더 받았으면 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목표에 점점 다가서고 있다.
그러나 김연경은 지금 이 순간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 김연경은 "다음 시즌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주변에서 많은 기대를 하고 계신다"며 "현재 구단과 조율 중이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갑작스럽게 고민한 것이 아니라, 구단과 상의를 했을 정도로 진지한 단계라는 의미다. 주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김연경은 이번 시즌 국내 무대에 복귀하기 전부터 은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김연경은 한국 배구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V리그를 넘어 세계에서 손꼽히는 공격수였다. 김연경이 유니폼을 입는 팀은 단숨에 우승 전력이 된다. 그는 한국(리그 3회·컵 1회), 일본(리그 1회·컵 1회), 터키(리그 2회·컵 3회)를 누비면서 무려 11회나 리그 및 컵 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1회)와 CEV컵(1회)까지 합치면 13번이나 우승했다. 득점상과 MVP도 여러 차례 받았다.
태극마크를 달면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토록 원한 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2012 런던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이끌었다.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김연경은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프로 팀과 대표팀을 통해 최고의 영예를 함께하며 '배구 여제'로 우뚝 섰다. 올스타 팬 투표 1위에서 보이듯 많은 팬의 사랑과 응원을 얻고 있다.
김연경은 지금 이 순간을 '정점'으로 판단해, 제2의 인생을 고민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 나이로 서른여섯이다. 오랫동안 배구 선수로 뛰었다. 선수마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나는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내려오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김연경이 은퇴에 관해 이 정도 이야기한 것을 보면 어느 정도 결심한 게 아닐까 싶다"고 관측했다.
김연경은 은퇴 고민이 권순찬 감독의 감독 경질 등 최근 흥국생명 구단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연관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선수 생활 처음부터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근의 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김연경은 "은퇴 여부는 아직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이번 시즌 안에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특유의 입담을 자랑하는 그는 "마치 은퇴 기자회견 같은 분위기"라며 인터뷰실을 떠났다. 김연경의 결단에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