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 오른손 투수 곽빈(24·두산 베어스)의 등번호는 61번이다. 소속팀 두산에선 등번호가 47번이지만 이번엔 아니다. 곽빈은 "사실 47번을 달고 싶었는데 (나)성범이 형이 있어서 61번을 달았다"며 웃었다.
곽빈은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베테랑스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연습 경기에서 쾌투했다. 대표팀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를 밟아 5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했다. 이날 등판한 9명의 대표팀 투수 중 타자를 단 하나도 내보내지 않은 건 곽빈과 소형준(5타자 무실점) 뿐이었다. KIA 전력 분석에 따르면 곽빈은 최고 148㎞/h 강속구를 포수 미트에 꽂았다. 그뿐만 아니라 주무기 체인지업을 비롯해 커브와 슬라이더를 다양하게 테스트했다.
그는 경기 뒤 "올 시즌 첫 등판이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엄청 만족한다"며 "2년 동안 팔이 안 좋아서 항상 1월 말에 캐치볼 했는데 (대회 준비 때문에 이번엔) 남들이 하는 것처럼 12월 말부터 똑같이 했다. (우려와 달리) 잘 올라온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곽빈은 이번 WBC가 성인 국가대표로 나서는 첫 대회다. 모든 게 새롭고 모든 게 즐겁다. 그는 '국가대표 롤모델로 삼는 선수가 누구냐'는 취재진 질문에 "등번호 61번을 달았으니까 박찬호 선배님의 반만 하겠다"고 힘차게 말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2006년 WBC에서 대표팀의 4강 진출을 이끈 주역이다. 곽빈은 "정확히 다는 아니지만 던진 건 기억이 난다"며 박찬호가 했던 것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배명고 시절 전국구 에이스로 이름을 떨친 곽빈은 2018년 1차 지명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2018년 10월 토미존 서저리(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를 받으면서 2019년과 2020년을 통째로 날렸다. 길고도 긴 재활 치료 터널을 지나면서 야구 인생의 여러 고비를 넘겼다.
2021년 복귀한 뒤에는 한동안 제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데뷔 첫 규정이닝(144이닝)을 소화,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 결과 쟁쟁한 선수들과 함께 WBC를 치르게 됐다. 곽빈은 "그냥 모든 선수랑 다 친해지고 싶다. 너무 재밌고 야구 잘하는 사람이랑 (함께) 하니까 하루하루가 재밌다"고 말했다.
부상 이력이 있는 곽빈에게 WBC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개막 전 열리는 대회인 만큼 자칫 과부하가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곽빈은 WBC 기간 선발이 아닌 불펜에서 대기할 수 있다. 선발에 익숙한 몸을 불펜에 맞게 준비해야 한다. 그는 "당연히 이렇게 빨리 (시즌 준비를) 시작한 게 없어서 부담도 된다. 하지만 첫 국가대표고 WBC라는 대회는 우리 팀 모두가 큰 성적을 바라기 때문에 한마음으로 던져야 할 것 같다"고 굳은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