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SM과 하이브의 여론전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소속 아티스트들의 입에서 "이수만 선생님"이 사라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룹 NCT, 에스파 등 SM 아티스트들은 지난 18일 개최된 ‘써클차트 뮤직어워즈 2022’에서 ‘이수만 지우기’에 나섰다. 수상 소감에서 늘 빠지지 않았던 이른바 이수만 선생님에 대한 감사 인사가 SM 경영권 분쟁 이후 사라진 것.
NCT 도영은 이날 올해의 가수상 피지컬 앨범 부문을 수상한 뒤 “NCT 멤버들을 대표해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도영은 “NCT가 이렇게 좋은 상을 받는 것은 함께 열심히 고생한 멤버들, 사랑해주는 팬 여러분, 그리고 오래 옆에서 고생해준 형, 누나들 덕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팬들과 옆에 있어 주는 형, 누나들만 있으면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열심히 해볼 생각”이라며 “올해 NCT는 더 크고 멋있어질 거다. 더욱 기대해주시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수만 선생님 대신 옆에 있어 주는 형, 누나들을 강조한 게 의미심장하다.
에스파는 두 번째 미니앨범 ‘걸즈’(Girls)의 히트로 올해의 가수상 디지털 음원 부문 7월 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랐다. 에스파는 “작년 한 해 동안 ‘걸스’ 앨범 많이 사랑해줘서 감사하다”며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되더라도 멋진 음악으로 돌아올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회사 식구들과 언니 오빠들 감사하다”며 인사를 전했다. 에스파는 당초 2월20일 새 앨범이 나올 계획이었지만 일련의 일들로 음반 발매가 연기된 상태. 이성수 SM공동대표는 에스파 새 노래에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나무심기'와 관련한 가사를 넣도록 지시했으며, 이에 SM직원들이 반대해 음반 발매가 연기됐다고 속사정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NCT와 에스파는 공식 석상에서 항상 오르내리던 이 전 총괄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함께 고생해온 SM 직원들을 언급했으며 “열심히 하겠다”, “멋진 음악으로 돌아오겠다”는 말로 팬들을 안심시켰다.
앞서 또 다른 SM 소속 아티스트인 샤이니 키, 소녀시대 태연, 레드벨벳 슬기는 SM 분쟁을 의식한 듯한 언행으로 눈길을 끌었다.
키는 정규 2집 리패키지 ‘킬러’(Killer) 컴백 기념 라이브 방송에서 앙코르 콘서트를 요청하는 팬의 댓글에 “나도 누구보다 하고 싶은데 모르겠다. 지금 회사가 뒤숭숭해서”라며 간접적인 심경을 전했다.
태연은 지난 16일 자신의 SNS에 영화 ‘부당거래’ 속 한 장면이 담긴 영상을 게재했다. 태연이 올린 영화 속 장면은 극 중 검사 주양 역을 맡은 류승범이 골프장에서 싸움을 벌이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열심히들 산다, 참 열심히들 살아”라고 말하는 내용이다. 별다른 멘트는 없었으나, 일각에서는 태연이 SM 분쟁 속 불편한 심경을 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슬기는 지난 18일 생일을 맞아 개최한 팬미팅에서 뉴진스의 ‘하이프 보이’(Hype Boy) 안무를 요청받자 “아시죠? 곤란한 일은 절대 안 만들고 있기 때문에...”라며 말을 아꼈다. 이는 SM 분쟁 속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지 않으려는 슬기의 노력으로 해석됐다.
이처럼 SM 경영권 분쟁이 SM 경영진과 카카오, 이수만과 하이브 간의 대립으로 더욱 거세지자 SM 아티스트들은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하면서 각자 활동은 담담히 이어가고 있다.
샤이니는 키에 이어 온유가 솔로 컴백을 알렸으며, 엑소 카이 역시 1년 4개월 만에 솔로 컴백을 예고했다. 일본 투어를 마친 NCT 드림은 다음 달부터 두 번째 월드투어 ‘더 드림 쇼2 : 인 어 드림’(THE DREAM SHOW2 : In A DREAM)을 통해 아시아, 유럽, 미주 지역을 순회한다. 에스파는 오는 25~26일 양일간 첫 번째 단독 콘서트 ‘싱크 : 하이퍼 라인’을 개최한다.
한편 SM을 둘러싼 분쟁은 다음 달 주주총회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흔들림 없이 활동을 이어갈 소속 아티스트들에 대한 응원이 줄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