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88안타를 친 '전설'의 여유는 역시 남달랐다. 시즌을 마친 후 미겔 카브레라(40·디트로이트 타이거즈)가 다른 팀이 자신에게 은퇴 선물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며 농담 섞인 이야기를 전했다.
MLB닷컴은 21일(한국시간) "카브레라는 마지막 시즌을 위한 이별 선물을 원하고 있지 않다. 그는 팀 일정을 소화하는 도중에 오랜 숙적이나 옛 동료들과 감동적인 기념 행사를 치르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카브레라는 “뭔가를 해준다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좋을 것”이라고 선물에 욕심이 없다고 전했다.
메이저리그(MLB)는 '전국구' 전설로 꼽히는 선수들이 은퇴 예고를 했을 경우 은퇴 투어를 통해 축하를 전하곤 한다. 마리아노 리베라, 데릭 지터, 데이빗 오티즈, 알버트 푸홀스 등 최근 수 년 간 은퇴한 이들은 오랜 기간 치열하게 맞상대했던 원정팀 구장을 방문해 은퇴를 기념하는 선물과 축하를 받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카브레라의 '클래스' 역시 이들과 다르지 않다. 그는 통산 타율 0.308 출루율 0.384 장타율 0.524와 507홈런 3088안타를 기록한 살아있는 전설이다. 수상 경력도 정규시즌 MVP(최우수선수) 2회, 올스타 12회, 실버슬러거 7회, 타격왕 4회로 화려했다.
그러나 카브레라는 은퇴하는 자신이 아닌 한창 정규시즌을 치르고 순위 싸움을 해야 할 팀이 중심에 서 있길 원했다. 카브레라는 “언제나 모든 것의 가운데에 있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관심을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팀에 방해가 되고싶지 않다. 상대를 이기는 것만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농담과 자부심이 섞인 말도 더했다. 카브레라는 “상대 팀이 어떤 선물을 할지는 기대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상대 팀들은 이미 내게 많은 안타를 선물로 줬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카브레라는 “이번 시즌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젊은 선수들의 발전을 도우면서 더 많은 경기를 이기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게 내 올해 관심사"라며 "팀에 방해가 되고싶지는 않다. 영상 촬영같은 건 필요없다. 관심의 대상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숨어서 내 일만 하고싶다”고 고개를 저었다.
A.J. 힌치 디트로이트 감독은 “우리는 카브레라와 함께한 시간을 소중하게 간직할 것이다. 또한 그가 선수로서, 기여자로서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게 해줄 것”이라며 "그는 많은 관심을 원하지 않지만, 팬, 조직, 팀원들로부터 그것을 얻을 것이다. 그가 21번째로 치르는 시즌이다. 팀에 대한 공헌은 축하받을 필요가 있지만, 지난 20년을 회상하는 게 아니라 그라운드 위에서 그 자신이 되어 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