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에 '1타 강사'가 떴다. 주인공은 왼손 투수 양현종(35·KIA 타이거즈)이다.
양현종은 KBO리그 통산 159승을 기록 중이다. 송진우(210승) 정민철(161승)에 이어 KBO리그 역대 개인 통산 다승 3위. 지난해에는 리그 사상 첫 '8시즌 연속 170이닝 소화'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뛰었고 국제대회 경험까지 풍부하다. 김광현(SSG 랜더스)과 함께 리그를 대표하는 왼손 에이스다.
개인 커리어가 화려한 만큼 WBC 야구 대표팀에 모인 후배들에겐 하나라도 배우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양현종은 "(후배들과) 얘기를 많이 한다. (소)형준이나 (구)창모, (김)윤식이를 비롯해 어린 선수들이 많이 물어본다"며 "그 친구들이 잘해야 한국 야구의 미래가 밝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알려주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현종 하면 떠오르는 건 '이닝'이다. 빼어난 몸 관리와 위기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매년 세 자릿수 이닝을 가뿐하게 넘어선다. 그는 "구창모는 규정이닝을 던져본 적이 없어서 항상 날 만나면 이닝을 어떻게 던지냐고 많이 물어본다. 시즌 때도 만나게 되면 얘길 많이 하고 대표팀에서도 같이 운동한다"고 귀띔했다.
구창모는 NC를 대표하는 왼손 투수. 하지만 2016년 데뷔 후 매년 규정이닝(144이닝) 진입에 실패했다. 2018년 133이닝이 개인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규정이닝은 한 시즌을 건강하게 소화해야 달성할 수 있는 선발 투수의 훈장이다. 구창모에게 규정이닝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목표 중 하나다.
공교롭게도 허리와 왼팔 전완부 피로골절 부상 탓에 2021년에는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건강한 이닝이터' 양현종이 롤모델이기도 하다. 구창모는 "(WBC에 출전하게 돼)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잘 적응해서 배울 건 많이 배워야 할 거 같다. 선배들의 뒤를 이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구창모뿐만 아니라 소형준(22·KT 위즈)과 김윤식(23·LG 트윈스)도 양현종의 모든 것이 궁금하다. 두 선수는 2001년과 2000년생으로 이번 WBC가 성인 국가대표로 나서는 첫 대회다. 양현종은 "형준이나 윤식이도 (구창모와) 마찬가지로 이닝이나 몸 관리에 관해서 물어본다"며 "고영표 김원중은 광주 후배다. 처음 만났을 때 '드디어 현종이 형이랑 야구할 수 있는 날이 오는구나'라는 얘길 하더라. 어렸을 때는 너무 어린 아이들이었는데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한다는 게 '세월이 진짜 빠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후배들만 배우는 게 아니다. 양현종도 후배들을 보면서 배운다. 그는 "어린 투수의 모든 걸 배우고 싶다. 워낙 나이가 어리고 거침없이 투구하기 때문에 옛날 생각도 많이 난다. 시즌 때 봤는데 너무 잘 던지는 투수들이어서 부럽기도 하다"며 "후배들에게 배울 수 있는 건 배우는 게 대표팀의 자리인 것 같다.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후배들이 물어보면 알려주려고 한다. 나 또한 어린 선수들에게 배울 점이 당연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해했다.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이자 롤모델이다. 그래서 어깨가 무겁다. 양현종은 "(정규시즌에 성적이 좋지 않으면) WBC 국가대표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 조금 더 열심히 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 시즌을 또 열심히 던질 수 있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타협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