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전주에 도착했다. 이동준(26·전북 현대)을 애니메이션 여주인공으로 만들어 화제가 됐던 시그니처 응원 걸개가 전북과 울산 현대의 개막전에 걸릴 예정이다.
전북 구단 관계자는 본지를 통해 “서포터스가 (이동준 걸개를) 받았다고 들었다. 아마 울산과 경기에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동준의 응원 걸개는 ‘카드캡터 동준’으로 불린다. 이 걸개는 이동준의 프로 데뷔팀인 K리그2 부산 아이파크 팬들이 제작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카드캡터 체리’를 패러디해 만든 것이다. 걸개에는 만화 주인공인 소녀 키노모토 사쿠라 대신 이동준의 얼굴이 들어가 있다.
빠른 발을 앞세운 드리블 돌파가 발군인 이동준은 상대 파울과 ‘카드’를 끌어낸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부산 팬이 ‘카드캡터 동준’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이동준이 공격포인트 15개를 기록하면 걸개를 내리기로 했지만, 축구팬 사이에서 이 응원 걸개가 유명해지고 인기가 높아지자 계속해서 경기장에 등장했다.
이 걸개는 이동준이 이적할 때마다 함께 이동했다. 전 소속팀 서포터가 이적팀 서포터에게 전달해주는 방식이었다. 2021년 이동준이 부산에서 울산으로 이적한 후 문수축구경기장에 걸렸고, 지난해 헤르타 베를린으로 적을 옮긴 뒤에는 바다 건너 독일까지 이동했다.
실제 이동준이 이적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지난해 2월, 베를린 팬들은 라이프치히와 경기를 앞두고 ‘카드캡터 동준’ 걸개 인증샷을 남겼다. 독일에서도 큰 화제였다. 독일 매체 빌트도 카드캡터 동준을 조명했다.
그러나 이동준이 독일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고, 걸개의 행방은 묘연했다. 최근 전북 서포터가 걸개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전북 서포터스 중 하나인 인빅터스는 지난 10일 SNS(소셜미디어)에 “독일에서 도착한 선물”이라며 “이동준 선수 걸개가 베를린에서 전주로 도착했다. 걸개는 리그 개막전인 울산 원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2023시즌 개막전 상대가 ‘친정’ 울산이다. 전북 유니폼을 입은 이동준은 올 시즌부터 울산과 적으로 만난다. 매년 트로피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두 팀은 아마노 준(전북)의 이적 등 얽히고설켜 이번 시즌 더 뜨겁다.
이동준의 걸개도 열기를 더하는 데 한몫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2년 전 이동준을 응원하기 위해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 걸린 이 걸개는 이제 원정석에 걸린 채 전북 서포터들과 함께 힘을 보탤 전망이다.
지난해 FA컵 우승팀인 전북과 K리그를 제패한 울산은 오는 25일 오후 2시 문수축구경기장에서 격돌한다. 변수가 없는 이상, 이동준은 선발 출전해 전북의 측면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열린 K리그1 개막 미디어데이에 나선 김상식 전북 감독은 올 시즌 가장 기대되는 선수 중 하나로 이동준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