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유명 작품의 음악 감독 정재일이 내면의 깊은 이야기를 담은 음악으로 첫 데뷔 앨범을 선보였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JCC아트센터에서 정재일의 데뷔 앨범 ‘리슨’(LISTEN)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정재일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옥자’, 황동혁 감독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등을 담당한 음악 감독으로 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넘나들며 활동 중이다. 특히 정재일은 지난 2021년 ‘오징어 게임’으로 ‘할리우드 뮤직 인 미디어 어워즈’(HMMA)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얻었다.
이날 정재일은 ‘리슨’을 발표하게 된 계기를 밝히며 “2004년 쯤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안고 ‘눈물 꽃’이라는 앨범을 발표했다. 그때 아직 역량이 안된다는 생각에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접고 다른 예술가들의 꿈을 보필하는 역할을 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던 중 정재일은 우연히 클래식 레이블 ‘데카’로부터 자신의 음악을 만드는 게 어떻냐는 제안을 받았고, 고민 끝에 음반 발매를 결정하게 됐다.
‘리슨’ 앨범에는 피아노 중심의 곡이 담겨있다. 정재일은 “‘리슨’이 처음이기 때문에 저한테 가장 내밀하고 편안한 악기를 고르고자 한 것”이라며 피아노를 ‘모국어’와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더 깊은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큰 편성보다 제가 오롯이 혼자 얘기할 수 있는 편성이 좋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여러 가지 음악을 시도해보고 싶다”고 향후 다른 색깔의 음반을 발매할 가능성을 밝혔다. 동시에 자신이 음악을 제작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영화 감독과 같이 컨펌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17세 나이에 이적이 속한 밴드 긱스 베이시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한 정재일은 패닉, 박효신, 3RACHA, 아이유 등 유명 아티스트의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았다. 이어 정재일은 ‘옥자’와의 인연으로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을 함께 했고, ‘기생충’에서 ‘믿음의 벨드’ 등의 명곡을 탄생시켰다. ‘오징어 게임’에서는 리코더, 캐스터네츠 등을 사용해 만든 ‘웨이 백 댄’(Way Back then)을 만들었다.
정재일은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 이후 대중에게 큰 주목을 받은 이후 달라진 점에 대해 언급했다. 정재일은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으로 인해 저에게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저는 무대 뒤에서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을 큰 직접적인 변화를 느끼지 못할 때도 있다”고 겸손한 답을 내놓았다.
정재일은 사적 영역으로 ‘영화 음악’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기생충’, ‘오징어 게임’을 통해 영화 음악이 무엇인지, 나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내가 학습할 게 무엇인지 더욱 사랑에 빠지게 됐다. 그 점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오징어 게임’은 통해 명예를 얻었다고 말한 정재일은 “나를 몰라도 ‘오징어 게임’의 노래는 사람들이 모두 안다. 그래도 무대 뒤에서 일하는 제 개인적인 삶에는 큰 변화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성덕’은 될 수 있었다. 제가 좋아하는 감독님과 영화 ‘브로커’에서 같이 작업할 기회가 생겼다. 나에게 굉장한 일이 생겼다는 생각은 들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끝으로 정재일은 지난 22일 방송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촬영 당시 비하인드를 전했다. 정재일은 “유재석, 조세호 씨와 2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눴다. 너무너무 따뜻하게 저에게 호의를 보여주셨고, 대본에도 없는 즉흥연주도 시켰다. 정말 재미있게 즐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시간 동안 얘기를 하면서 제 유년시절을 많이 물어보셨는데, 덕분에 제 지난 시간을 돌아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방송을 보지 못했다고 전한 정재일은 “아직 방송을 보지 못했다. 본방을 놓쳤는데 방송 사고가 나서 재방송을 안 해줬다”고 말해 폭소를 안겼다.
한편 정재일의 데뷔 앨범 ‘리슨’은 자연과 인류애,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서로에게 귀를 기울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피아노 중심의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펼쳐냈다. 24일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