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원은 지난해 11월 LG와 4년 총액 65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했다. 오프시즌 주전 포수 유강남(31·롯데 자이언츠)이 FA로 이적한 LG는 그의 공백을 채울 대안으로 박동원을 선택했다. 박동원의 LG행이 더욱 눈길을 끌었던 건 과거 히어로즈에서 사제지간으로 인연을 맺은 염경엽 LG 감독과의 재회 때문이었다. 박동원은 지난해 4월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2010년 데뷔 후 줄곧 히어로즈에서 뛰었다. 염경엽 감독은 2013년부터 4년 동안 히어로즈를 이끌었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인 박동원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감독님을 몇 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 좀 아쉬운 게 있다"고 운을 뗐다. 반가움이 아닌 아쉬움을 먼저 언급한 이유는 뭘까. 그는 "예전부터 생각하던 연습이 있었다. (중요한) 포인트가 두 가지 있는데 그걸 (감독님께서) 말씀해 주시더라"며 "그런 이야기를 좀 빨리 들었으면 (확신을 갖고 훈련할 수 있으니)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좀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박동원의 약점은 '정확도'다. 개인 한 시즌 최다인 22홈런을 터트린 2021년 타율이 0.249. 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터트린 지난해 타율도 0.242에 그쳤다. LG 이적 첫 시즌을 앞두고 그는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점이 아닌 면으로 치는 방법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공이 맞는 배트 면적이 넓어지면 정타(正打)가 많아진다. 그만큼 좋은 타구가 될 확률도 높다. 박동원은 "(타격할 때) 타자의 머리가 많이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말씀하시더라"며 "얼마나 빨리 (스윙한) 배트가 공에 도달하느냐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감독님께서도 최대한 (배트가) 짧고 빨리 나와야 한다고 하신다. 생각이 같아야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 것처럼 '그걸 이제 들었구나'하는 생각에 아쉽기도 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염경엽 감독이 강조하는 건 '자율'이다. 히어로즈 시절을 함께한 박동원은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안다. 그는 "감독님께서 알아서 할 수 있게 분위기를 잘 조성해준다.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어느 순간 운동 시작 전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티배팅을 치고 (다른 훈련도) 스스로 하고 있더라. 자율적으로 하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며 "'힘든 상태에서 정신력이 무너졌는데 연습하는 건 도움이 안 된다'고 말씀하신다. 누가 강제로 끌고 가서 시키는 것보다 자율 연습을 하라고 했을 때 한 명이 연습하고 (그 모습을 보고) 그 밑에 두 명이 하게 되면 팀이 훨씬 강해진다"고 팀 분위기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박동원은 2014년 첫 한국시리즈(KS)를 경험했다. 2019년에는 개인 통산 두 번째 KS 무대를 밟았다. 공교롭게도 두 번 모두 히어로즈 소속이었고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그는 "그때는 내가 많이 부족했다. 나중에 감독님이 팀을 나가시고 나니까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알았다. 지금도 하고 있지만 배움에는 끝이 없더라"며 "그때로 돌아갈 수 없고 그런 기회가 쉽게 오지 않더라. 기회가 오면 잡기 위해서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의 마지막 KS 우승은 1994년이다. 박동원도 KS 우승이 간절하다. 그는 이적 첫 시즌 목표를 묻자 "좀 높은 자리에 가고 싶다. 최근에는 우승하는 팀들이 초반 20경기에서 너무 치고 올라가더라. 첫 20경기에서 17승 3패를 해서 아무도 못 따라오게 했으면 한다. 그런 팀이 됐으면 좋겠고 그런 팀의 선수였으면 좋겠다는 목표가 있다"며 "쉽지 않겠지만 못한다는 것도 없지 않나. 야구하면서 KS를 가봤다는 거 자체가 중요하다. 인생의 큰 경험인데 또 가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