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브랜드 '네파'가 모델 때문에 울상 짓는 날이 길어지고 있다. 졸작 논란을 빚은 드라마 '지리산' 이후 모델 전지현과 아쉬운 결별을 했는데, 야심차게 영입한 유아인마저 마약 이슈에 휘말리면서 있던 광고도 숨기는 처지에 몰렸다.
업계는 네파가 아웃도어가 갖춰야 할 기술력이나 산과 관련한 꾸준한 고민이 다소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톱스타에 의존하는 마케팅에 집중하다 보니 모델 리스크도 크다는 것이다.
'빅모델발' 안 서네
네파는 지난 17일 걸그룹 아이브의 멤버 안유진을 새로운 브랜드 모델로 발탁했다. 패션 브랜드가 홍보 모델을 발탁하는 건 별다른 일이 아니다. 안유진은 최근 '대세'로 불리는 라이징 스타다. 아웃도어 업계가 빅모델 경쟁이 치열한 분야이니만큼 네파가 안유진을 새 모델로 세우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다.
하지만 대중이 네파를 바라보는 시선은 사뭇 달랐다. 네파가 메인 모델 유아인을 지우기 위해 급하게 다른 스타를 얼굴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최근 경찰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유아인의 소변에서 대마 양성 반응이 나왔고, 모발에서는 프로포폴 양성 반응이 각각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유아인이 또 다른 종류의 마약을 복용한 혐의를 잡고 조사 중이다.
네파 측은 "안유진 모델 발탁은 유아인 이슈와는 별개로 기존에 계획돼 있던 건"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실제로 안유진과 같은 라이징 스타와 모델 계약을 맺으려면 긴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중 반응은 사뭇 다르다. 네티즌은 "네파가 유아인 때문에 부정적 이미지가 늘고, 제대로 된 홍보를 하지 못하자 급하게 새 모델을 발탁해 부정 이슈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네파의 일부 오프라인이 유아인의 얼굴을 종이로 급하게 가린 사진이 인기 게시물이 된 지 오래다.
네파가 모델 때문에 울었던 경험은 더 있다. 지난 2021년 8년간 브랜드 '뮤즈'로 활약하던 전지현이 산을 주제로 한 블록버스터급 드라마 '지리산'에 출연하자, 거금을 투입해 제작 지원에 나섰다. 결과는 초라했다. 지리산은 다소 어색한 그래픽과 노골적인 간접광고(PPL)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설상가상 한 기업의 임직원 몰에 '지리산은 망했지만 네파는 네파입니다'라는 홍보 문구가 화제가 되면서 네파의 위상도 흔들렸다. 네파는 장수 모델 전지현과 슬픈 작별을 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네파가 전지현과 지리산에 함께 출연한 배우 고민시도 공동 모델로 기용했지만, 드라마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고민시 카드도 흐지부지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네파만의 매력은?
패션가는 네파가 유독 모델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잦은 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실제로 최근까지 유아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곳은 10여 개 업체가 넘는다. 이번 마약 파문으로 다들 곤욕을 치르긴 했지만, 네파만큼 주목도가 높은 곳은 몇 군데 없었다. 지리산 협찬 역시 마찬가지다. 패션 브랜드가 드라마 제작 지원을 나선 뒤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네파는 한동안 지리산 협찬 실패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아웃도어 업계는 네파가 기술력보다는 스타 마케팅에 의존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A 사 관계자는 "네파는 전지현이라는 빅모델을 통해 대중에 인지도를 높였다. 유아인 역시 스타파워가 큰 워너비 스타"라면서도 "반면 네파는 아웃도어만이 갖춰야 할 기술력이나 독보적인 사회공헌활동은 꾸준하게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파만의 확실한 포인트가 모델이다 보니 스타 리스크에 유달리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네파가 사모펀드가 이끄는 브랜드의 한계를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네파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네파의 지분 94.20%를 9970억원에 사들였다. 통상 5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편인 MBK파트너스는 갈수록 손실 폭이 커지는 네파를 10년째 붙들고 있다.
A 사 관계자는 "본사가 사모펀드이다 보니 브랜드의 10년, 20년을 내다보지 못하고, 즉각적인 반응과 실적을 중요시하는 면이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반응이 없더라도 꾸준하게 끌고 가는 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네파는 안유진을 통해 위기 돌파를 택하는 분위기다. 네파 측은 "리브랜딩을 통해 새로워진 브랜드와 새 모델 안유진이 함께할 행보에 많은 기대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