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만들어졌고, 2012년 마지막으로 개정됐다. FA(자유계약선수)에 대한 규약에 허점은 없을까.
한화 이글스는 지난 14일 NC 다이노스와 트레이드로 외야수 이명기(36) 포수 이재용(24)을 영입했다. 한화가 내준 건 내야수 조현진(21)과 2024 신인 드래프트 7라운드 지명권이다.
형식상으로 보면 그저 트레이드지만, 이명기는 트레이드 직전까지 소속팀이 없던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었다. 원소속팀을 포함해 10개 구단 모두가 이명기와 계약을 희망하지 않았다. C등급이라 전년도 연봉(1억 7500만원)만큼만 보상하면 충분했으나 이조차 감당하는 팀이 없었다. 결국 연봉 5000만원, 총액 5000만원 조건에 NC가 계약한 후 한화와 트레이드하는 사인 앤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금액보다 눈길을 끄는 건 '영입 수'다. 한화는 이명기에 앞서 이미 FA 선수 세 명을 영입했다. 최대어 중 한 명으로 분류됐던 외야수 채은성을 6년 총액 90억원에 영입했고 이후 한화가 친정팀이었던 투수 이태양과 내야수 오선진을 계약했다. 대형 FA는 아니어도 지난해 최하위를 기록한 한화의 얇은 선수층을 채우기엔 충분한 카드들이다.
문제는 세 선수를 영입하면서 한화가 이미 영입 제한을 채웠다는 점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야구 규약 제 173조 [FA획득의 제한]에 따르면 FA 권리를 행사한 선수가 21명 이상 30명 이하일 경우 3명까지만 영입이 가능하다. 이번 FA 시장에 승인 선수는 총 21명으로 3명까지만 영입이 가능하다.
사인 앤 트레이드는 엄밀히 말해 FA가 아닌 트레이드다. 영입 제한의 대상이 아니지만, 규약의 우회책인 것도 사실이다. 이명기는 네 번째의 선수가 됐고, 역대 사인 앤 트레이드 사례 중 FA 영입 제한을 넘긴 사례는 그와 한화가 최초다.
실제 규약 해석은 어떻게 될까. KBO는 본지의 문의에 대해 “사인 앤 트레이드는 FA 계약으로 볼 수 없다. 이명기는 원 소속구단인 NC와 최초 계약해 공시됐고, 그 이후 선수간 트레이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 측도 “구단도 이미 규약을 숙지하고 있었다. 내부 1명, 외부 3명으로 상한선을 잡았고 이번 트레이드는 백업포수가 주였다가 카드가 맞아 진행된 것이다. 규약 위반이라면 제안도 안 왔고 시도도 안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BO와 한화의 설명처럼 이명기 사례는 규약 위반과 무관하다. 요컨대 KBO와 한화는 규약에 충실히 따랐고,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
규약 173의 취지는 독과점 방지다. KBO는 “해당 규약이 만들어질 당시 샐러리캡이 없었다. 재정 상황이 우세한 구단이 FA시장에서 선수를 휩쓸어 영입할 수 없도록 해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1월 15일 이후 FA계약이 되지 않으면 임의해지가 되고 이후 자유계약으로 풀려 1년 간 계약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즉 사인 앤 트레이드가 선수 보호 역할도 해준다는 뜻이다.
KBO는 “지속적으로 계약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고, 해당 규약은 여전히 독점 방지와 선수 보호를 위해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다만 여전히 규약에 빈 틈은 있다. 대상이 FA '미아' 위기에 처했던 이명기였기에 독과점에 대한 지적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해 시장에 나온 양의지(두산 베어스) 유강남(롯데 자이언츠) 등 대어들을 사인 앤 트레이드로 독점한다면 특별히 막을 방도 역시 없다.
KBO는 “(해당 상황은) 규약 상 문제가 없다. 다만 시장 논리에 의해 해당 내용은 발생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 중”이라고 답변했다. 실제로 시장 논리를 넘어서는 구단이 나올 경우에는 막을 수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FA 영입 제한이 만들어진 건 1999년, FA 제도가 신설됐을 시기다. 무려 24년이 지났고, 마지막 개정(2012년)도 11년이 지났다. 그 사이 역시 독과점을 규제하는 샐러리캡이 생겼고, FA 등급제도 탄생했다. 빈틈이 있다면, 규약을 되돌아보고 틈을 채워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