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45)이 배트를 돌리고, 또 돌렸다. 탄식을 내뱉는 횟수는 점점 늘어났다. 고된 훈련이 반복됐다. 그런데도 힘든 내색조차 할 수 없었다. 배팅 케이지 바로 뒤에서 무서운 눈빛으로 김성근(81) 감독이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용택은 "손바닥에 물집이 잡힌 것 같다. 매일 이렇게 훈련하라면 절대 못 한다"고 하소연했다.
모든 훈련을 마친 뒤 바닥에 놓여있던 배트와 장갑조차 제대로 잡지 못할 정도였다. 그는 "내일 아침에 일어나봐야겠지만 허리를 제대로 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내일 일정이 많은데 큰일이다"라고 걱정했다.
박용택에 앞서 한 시간 반 동안 훈련한 정근우(41)는 "예능이니까 김성근 감독님이 프로 사령탑을 맡을 때와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런데 전혀 아니다. (지옥 훈련을 시키는) 감독님의 캐릭터는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박용택과 정근우는 JTBC '최강야구' 원년 멤버로 활약했다. 정근우는 "'최강야구'에 참여해 굉장히 뿌듯하다. 아쉽게 은퇴하거나, 제대로 작별 인사도 못 하고 그라운드를 떠난 선수들도 (이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감동을 선사하는 이 프로그램이 정말 좋다"며 "40~50대 팬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 열심히 살고 있다'는 희망과 응원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훈련 강도가 엄청나다.
박용택(이하 박)="손바닥에 물집이 잡혔다. 20대 시절 시절에는 이렇게 훈련한 적이 있지만, 30대 때는 전혀 없다. 매일 이렇게 훈련하라면 절대 못 한다."
정근우(이하 정)="감독님이 거의 매일 나오셔서 워낙 열정적으로 지도하니 힘들다고 할 수도 없다. 선수 시절처럼 진지하게 훈련한다."
-'최강야구'의 매력은.
박="첫 모임 때 장시원 PD가 '승률 7할 달성에 실패하면 프로그램을 폐지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공개한 첫 상대 팀이 최고 시속 160㎞를 던지는 심준석(현 피츠버그 파이리츠)이 재학 중이던 덕수고였다. 사회인 야구 참가 정도를 예상했던 선수들의 표정과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다들 제작진에 '장난치지 말라' '이 프로그램 길게 할 생각이 없구나' 싶었다. 소름이 돋고, 기분이 묘했다."
정="덕수고랑 첫 경기에서 지면 너무 쪽팔리겠더라. 그때부터 대충하는 선수가 없다. 예능인데 다큐 느낌이다(웃음). 은퇴 후에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할 수 있어 재밌다."
박="프로 선수도 사흘만 쉬면 감을 잃는다. 아마추어 선수라고 해도 은퇴한 우리가 맞붙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 않나. 머리로는 '이길 수 없어'라고 말하는데, 가슴은 '할 수 있다'고 외치더라(웃음)."
정="모두 나이가 들었지만 '우리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향수를 갖고 계신 40~50대 팬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희망과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자 더 열심히 한다."
-이승엽·김성근 감독의 차이점은.
박=(이)승엽이 형은 늘 예능적인 요소를 염두에 뒀다. 김성근 감독님은 그런 모습이 하나도 없다. 벌써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선수들이 많다. 이승엽 감독님은 여유 있는 상황에서 로테이션을 돌렸지만, 김 감독님은 9점 차 리드 상황에서도 '콜드 게임 승리를 거둬야 한다'고 하시는 분이다(웃음)."
정="(이)승엽이 형은 '형님 리더십'을 갖췄다. 으쌰으쌰 분위기를 만든다. 김성근 감독님은 선장 같다. 이쪽으로 가자고 외치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 영향력과 리더십이 대단하다."
박="김성근 감독님은 연습 태도, 훈련 시간을 머릿속에 담고 있다. 언제나 야구에 진지하다. 시즌2에서 선수들의 말수가 줄어들고, 야구 실력은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정="감독님과 벌써 (SK 와이번스-한화 이글스에 이어) 세 번째 만남이다. 이번엔 예능이니까 조금 다르지 않을까 예상했다. 오판이었다. 어마어마하다. 감독님의 캐릭터는 변하지 않더라(웃음). 프로 구단에서 김성근 감독님의 지도를 받은 선수는 나랑 용택이 형, (심) 수창이 형 세 명밖에 없다. 왜 다들 내가 선수 시절 유니폼에 흙이 잔뜩 묻은 채 그라운드에 누워있었는지 깨닫지 않을까 싶다."